[그린비즈] 볼보 트럭에 들어간 ‘무배출’ 철강...철강회사들 뛰어든다

장윤서 기자 2023. 7.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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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철강업체 사브(SSAB)는 무화석 연료로 만들어진 철강재를 만든다./SAAB 제공

철강업계가 수소를 활용한 ‘그린스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 제품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자재라 생산량을 줄이기 어렵다. 고로(용광로) 방식으로 생산되는 경우 철강 1t당 약 2t의 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철강 산업은 탄소배출이 가장 큰 제조업 분야인 동시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 분야 중 하나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 철강 기업들은 친환경분야 꿈의 기술 ‘수소환원제철’ 확보를 통해 탄소 순배출 ‘제로(0)’에 다가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에 석탄을 가열해 만든 일산화탄소로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발생해 탄소 배출이 없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선점하기 위해 각국의 철강엔지니어링 업체와 협력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스웨덴 철강회사 사브(SSAB)의 ‘하이브리트(HYBRIT)’, 포스코의 ' 하이렉스(HyREX)’, 현대제철의 ‘하이큐브(Hy-Cube)’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스웨덴 사브 무탄소 철강 도입한 볼보...현대제철도 현대차 강판에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국내외 철강업체들도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브는 2026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그린스틸을 생산할 예정인 대표 기업이다. 사브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트 기술을 이용한 ‘무탄소 철강’을 실증을 완료했다. 스웨덴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자동차 기업 볼보 트럭은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가 생산을 시작한 ‘그린스틸’을 사용해 제조됐다. 사브는 2045년까지 탄소배출제로 철강으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회사는 볼보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 포레시아사와 탄소배출제로 철강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표 철강기업인 일본제철과 고베제강소 등은 2030년 30% 탄소감축을 목표로 공정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본 업체들은 고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신에너지·산업기술총합개발기구(NEDO)에 위탁해 수소환원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회수하는 ‘코스 50′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이는 코크스 사용량의 일부를 수소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수소를 환원공정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관계로 이산화탄소 절감효과가 최대 30%에 그치고 있다. 완전한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로방식을 수소환원철과 그린전력을 이용한 전기로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소를 태양광·풍력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으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포스코는 국내에서는 가장 앞서 하이렉스 실증플랜트를 건설하고 수소환원제철로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이렉스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로 현재 포항제철소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포스코는 오는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간 생산량 100만t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해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하이렉스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기존 파이넥스 유동환원로의 일산화탄소(CO)에 수소가 일부 혼합돼 있는 방식을 100% 수소로 전환하기 위해, 유동 환원 조업이 기존 파이넥스와 어떻게 다른지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수소환원제철 전용의 전기로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2026년 가동 예정인 전기로에서 저탄소 고급강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저탄소 제품 1000만t 공급 체계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저탄소 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 기술 고도화를 통해 친환경 제철소로 전환하고 있다. 하이큐브는 신개념 전기로에 스크랩과 용선(저탄소 쇳물), 수소환원 DRI(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 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2050년에는 제품 톤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0.2t까지 감소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단계적으로 자동차용 저탄소 고급제품을 생산하고자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는 기존 전기로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전기로에서 스크랩과 직접환원철을 사전 용해해 고로 전로 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이다. 2단계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 전기로를 신설 투자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약 40% 저감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반 신(新) 전기로 프로세스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에서 생산한 저탄소 고강도 자동차 강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로에서 첫 쇳물을 생산하지 13년째인 현대제철은 현대차에 특화된 친환경 강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최근 개발한 전기로 1.0기가파스칼(GPa)급 강판은 자동차의 하단 뼈대중 하나인 리어·프론트 로어암, 트레일링암 등 부품으로 사용된다. 1GPa는 1㎟ 면적당 100kg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힘이다. 회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1단계로 1500억원을 투자해 당진제철소 전기로에서 1.0GPa급 고강도 자동차강판 등 저탄소 철강재 양산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핵심 ‘환원로’...“100% 수소 활용까진 갈 길 멀어”

수천년 동안 철강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공정에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왔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 환원로의 역할은 고로가 도맡았다. 고로 조업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고로에 넣고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이뤄진다. 뜨거운 공기는 석탄을 연소시키는데, 이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가스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을 일으킨다. 고로 내부에 발생하는 1500도 이상의 열은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반응을 일으키며 쇳물을 만든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과 환원된 고체인 철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시도하게 된 것은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수소로 순수한 쇳물을 만들면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배출된다.

지난 5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 WCE)에서 포스코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11개 중앙부처와 부산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에너지공단 등 14개 유관기관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기후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린다./연합뉴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바로 수소에 의해 철광석의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설비인 ‘환원로’에 있다. 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환원반을 통해 순수한 철을 생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철을 직접환원철(DRI)라고 부른다. 이후 이 직접환원철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탄소배출제로에 가까운 순수한 쇳물이 생산되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이 환원로인 이유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직접환원철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천연가스를 최대 50% 사용해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도 수소를 100% 사용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코는 저품위 철광석 분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융용환원로 기술을 개발 중이며, 다른 철강 회사들은 고품위 펠렛을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철강 생산에 수소를 적용하는 방식은 아직 성숙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주요 큰 걸림돌은 청정수소 생산과 조달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 등 청정수소를 활용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열연강판 생산과 같은 철강 생산 공정에서 필요한 가열로의 열원을 현재의 천연가스에서 수소로 전환해야 하는 에너지 기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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