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노조 리스크 놓인 韓美배터리 동맹 [윤홍우의 워싱턴 24시]
美 노조는 배터리사로 영향력 확대
삼성, SK, LG 등 투자 줄줄이 영향
양국 정부 배터리 동맹 파손 막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노동계의 전설적인 지도자 세자르 차베스의 딸이다. 멕시코계 이민자 출신인 세자르 차베스는 캘리포니아 농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평생을 싸운 미국 노동운동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노조가 주요 지지 기반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 집무실에 있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흉상을 치우고 세자르 차베스의 흉상을 새로 들였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노동운동가 출신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백악관에서 중책을 맡았으며 지금은 대통령의 운명이 걸린 재선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을 만났다. 4년 만의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 단체교섭을 앞두고 백악관 참모들과 UAW가 회의를 하는 자리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소식을 듣고 페인 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UAW는 바이든 정부의 급속한 전기차 전환 정책에 반대하며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스킨십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단체 교섭이 시작된 만큼 UAW가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자동차 노조가 최근 겨냥하고 있는 표적이 완성차와 배터리 회사 간 합작회사라는 점에 있다. 전성기 시절 조합원 수가 150만 명에 달했던 UAW는 세를 다시 불리기 위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배터리사 직원들을 노조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삼성·SK·LG 등 미국에 대거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 UAW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포드와 SK의 합작회사인 블루오벌 SK에 92억 달러의 저리 대출을 하는 것을 두고 “임금과 근로 조건, 노조의 권리, 퇴직 보장 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대규모 공여”라고 맹비난했다. 올 4월에도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과 UAW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공장이 막대한 연방정부의 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GM공장 노동자들보다 임금을 훨씬 적게 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배터리사를 정조준하는 자동차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 이면에는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노동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절반의 노동력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포드는 이미 지난해 3,000명의 직원을 내보냈으며 지난달에도 1,000명의 추가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노조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조합원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달궈지는 미 정치권의 분위기는 노조에 힘을 싣고 있다. 북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은 자동차 노조의 힘이 강한 곳인 동시에 선거에서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노동 친화적인 대통령을 표방해왔다”면서 “내년 대선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직력이 강한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스윙스테이트에서 공화당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특성상 신규 공장에서 수율을 확보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사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무리한 임금 인상과 복지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수록 생산성과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을 확실히 앞지르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야심 찬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미 배터리 전략 동맹의 가치를 양국 정부가 다시금 되새기며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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