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 다단계 회사 전산도 신빙성 있으면 과세 근거 가능”

근거과세원칙·실질과세원칙 모두 ‘적법’ 판단

행정법원 /출처=연합뉴스

대규모 투자사기를 벌인 회사의 직원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불법 다단계 B회사에서 팀장(투자자 모집책)으로 근무했다. B회사는 2014년 설립된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중개 업체다. B회사 대표이사인 C씨는 2011년부터 2016까지 피해자 1만2174명으로부터 3만5037회에 걸쳐 총 1조738억5693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확정 받았다.

B사는 사내 ‘투자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다단계 사업을 투자한 사람들에 대한 투자금과 그들에게 지급해야할 수익금, 사내 직원들에게 투자금 모집 대가에 관한 수수료 지급 등 내역을 관리했다. 세무당국은 이 시스템 자료를 근거로 A씨가 근무했던 기간동안 모집 수당으로 3억8890만원을 받았음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판단, 그의 종합소득세를 새롭게 경정·고지했다.

A씨는 이미 형이 확정돼 불법적인 사실이 드러난 B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관리시스템의 자료를 바탕으로 과세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근거과세원칙을 위반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산시스템 자료에 기재된 모집수당 내역은 신빙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설령 원고가 재투자 등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피해금액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모집수당을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은 이상 실현된 소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