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충전기는 뽑고, 냉장실은 60%만 채우고…고물가에 전기·가스비 상담받는 사람들[현장에서]
“15㎽ 하나만 보면 별거 아니지만 이 멀티탭에만 3개가 꽂혀 있으니 방마다, 24시간, 한 달씩 모으면 엄청난 양일 수 있어요. 새는 전기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한 아파트를 찾은 에너지 컨설턴트 최미화씨가 거실 콘센트에 꽂혀있는 휴대전화 충전기의 대기전력을 측정하며 이야기했다. 부엌 점검에서도 ‘전기 도둑’이 발견됐다. 대기전력이 500㎽에 달하는 전자레인지는 전원을 켜지 않아도 플러그를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주범이었다.
집주인 김미씨는 “에어컨도 잘 안 쓰는데 한 달 전기 소비가 400㎾대로, 300㎾대인 다른 집보다 많길래 상담을 받아봤다. 월 전기료가 6만~7만원대”라며 “사용할 때마다 연결하는 게 귀찮아서 전자레인지는 콘센트에 꽂은 채로 뒀는데 앞으로는 빼야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2015년 시작한 에너지 상담이 최근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전기·가스 소비는 줄이고 탄소배출 감축에도 동참하려는 주민들의 참여로 늘고 있다.
성동구의 경우 올해 선착순으로 신청한 150가구에 온실가스 진단·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에너지 습관을 바꾸는 실천에 상담 초점을 맞췄다. 상담사가 각 가정별 맞춤 차단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가령 와이파이, TV 단말기 등 전원을 빼기 어려운 장치와 쓰지 않을 땐 전원을 빼도 되는 장치를 구분해 다른 멀티탭에 꽂아 대기전력을 줄이는 등의 조언을 한다. 전기 외에 음식물 줄이기, 세제 절약 사용법 등 30가지 항목을 설명한 후에는 실천 서약도 받는다.
컨설턴트 김유미씨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거나 절수기 설치 등 큰 변화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바로 실천 가능한 것을 강조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최종 목표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소비 실태를 상담한 가정은 월별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전년과 비교해 습관이 바뀌었는지를 실제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 근무·수업이 많아지면서 에어컨 사용 관련 상담이 급증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경우에는 에어컨을 여름철 실내 적정 기온인 26~28도에 맞추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같이 틀면 20~30% 정도 에너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상담이 주로 이뤄졌다. 컨설턴트들은 10~20일에 한 번씩 필터를 청소하면 3~5% 에너지 소비 효율이 오른다는 점도 잊지 않고 조언했다.
성동구에 사는 김모씨의 경우 에너지 상담을 받은 덕분에 지난해 전기 소비가 전년 대비 1126㎾ 줄었다. 겨울철 하루 1시간씩 난방 시간을 줄여 가스는 39㎥, 물을 받아서 설거지해 수도 사용은 44㎥를 줄인 것이다. 해당 가구가 1년간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618㎏에 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을 받은 가구들은 평균 73㎏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총 123만㎏을 감축했다.
상담사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밥솥과 냉장고 사용 습관을 바꿔보길 추천했다. 전기밥솥은 보온 기능을 6시간 이상 사용하면 취사하는 것보다 많은 전기를 소모한다. 밥을 한 직후 덜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을 때 데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냉장고의 냉장실은 꽉 채우면 공기 순환이 막혀 전력 소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 용량의 60%만 채우는 것이 좋다. 반면 냉동실은 차가워진 음식들이 서로 냉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빈 공간 없이 채우는 것이 좋다.
컨설턴트 최씨는 “상담을 받은 가정은 (에너지 절약 등을) 신경 쓴 만큼 탄소배출 감소폭이 크지는 않아도 조금씩 줄어든다”며 “연간 한 가정이 (전기 소비를) 100~120㎾ 정도 줄이는데 커피 한 잔값 정도가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한 동, 한 단지가 모이면 엄청난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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