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리 상승에도 5대 은행 가계대출 또 3000억원 이상 증가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7월 5대 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3000억원 이상 늘어 3개월 연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어나 금융권 전체로는 4개월 연속 증가를 눈앞에 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6월 말(678조2454억원)보다 3246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677조6122억원)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보다 증가한 뒤, 이달까지 3개월째 증가세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3397억원)이 20일까지 9389억원이나 불었다. 증가 폭도 이달 말까지 영업일이 약 열흘 정도 남은 상태에서 6월(+1조7245억원)보다는 작지만, 5월(+6935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신용대출(잔액 108조5221억원)은 지난달 말보다 4068억원 더 줄었다.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2조3000억원), 5월(4조2000억원), 6월(5조9000억원) 모두 전월보다 늘었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4월(+2000억원) 이후 5월(+2조8000억원)과 6월(+3조5000억원)까지 3개월 연속 늘었으며 증가 폭도 커지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350∼6.951% 수준이다. 지난달 23일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120%포인트(p) 올랐다. 6월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상승 등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한 달 전보다 0.140%p(3.560→3.700%)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60∼6.114%로 하단이 0.070%p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미미하다.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049%p(4.233→4.184%) 떨어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360∼6.360%)도 한 달 사이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한은은 이같은 가계대출 재증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방 가계대출이 늘거나 부동산이 오르거나 할 상황은 아니고, 좀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며 "만약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당장 가계대출 안정만을 명분으로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자칫 금리 재인상이 신용 경색을 불러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급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한은은 가계대출 문제의 해법으로 당장 금리 재인상을 논의하기 보다는, DSR 등 거시건전성 규제 개선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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