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하자마자 ‘맹타’, SSG 타선에 필요한 하재훈의 ‘건강’
SSG 외야수 하재훈(33)은 ‘부상’이란 악령과 싸우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을 ‘재활’로 시작했다. 비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외야 수비 도중 몸을 날려 타구를 잡다 어깨가 골절된 탓이다. 하재훈은 부상 회복에 전념했고, 예상보다 이른 시점인 지난 5월24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는 복귀 직후부터 ‘우타자 갈증’에 시달리고 있던 팀의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또다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인 6월11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342, OPS(출루율+장타율) 1.024, 홈런 2방을 때렸다.
하재훈은 그러나 11일 NC전 2-4로 뒤진 6회 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치고 1루까지 나간 뒤 상대 베이스를 훔치다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을 느꼈다. 9회까지 아픔을 참고 뛴 하재훈은 경기 뒤 병원 검진에서 골절상 진단을 받고 이튿날부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던 그는 전반기 잔여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고, 김원형 SSG 감독도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당시 “게임 중에 티를 안 내서 다친 지도 몰랐다. (하)재훈이가 그런 마음을 갖고 뛰는 선수인 걸 알기에 더 안타깝다”고 속내를 전했다.
하재훈 개인뿐 아니라, LG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던 SSG 입장에서도 그의 부상은 악재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하재훈은 최정, 기예르모 에레디아 등과 함께 SSG 오른손 장타자 라인업의 한 축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좌타자 자원이 많은 SSG 타선에 좌우 균형을 맞춰주는 퍼즐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재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후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전념했고, 지난 21일 후반기 첫 경기 L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재등록됐다. 이날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0-1로 뒤진 2회 1사 첫 타석에서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좌전 2루타를 때린 뒤, 김민식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동점 득점을 올렸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김성현의 2루타 때 역전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재훈은 복귀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하재훈은 2019시즌 SK(SSG 전신)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세이브왕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그를 야수로 전향하게 만든 것도 ‘부상’이었다. 지난 5월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좋은 활약을 하던 하재훈은 “아직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건강한’ 하재훈이 보여줄 나머지 50%의 활약을 그 자신도, 구단도,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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