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튬·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까지…포스코, 광양 2차전지 산업단지에 다 모아
뜨거운 열기와 함께 초코브라우니 혹은 흑임자떡 같은 모양의 양극재가 담긴 도가니(내열용기)가 벨트 위로 올라왔다. 하얀색이던 리튬은 검정색으로 변했다.
최욱 포스코퓨처엠 양극재생산부장은 20일 전남 광양의 양극재생산2공장의 소성로 안 양극재를 가리켜 “미세한 현미경으로 보면 결정이 기존 다결정과 다르게 보인다. 이 양극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 수출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4월 단결정(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했다. 단결정 양극재는 원료를 하나의 입자 구조로 결합한 덕택에 충·방전 때 소재 팽창을 억제하고 열 안정성을 강화하고 수명을 늘린 소재이다.
이 공장을 구성하는 2개동 13개 라인에서는 단결정 양극재뿐 아니라, 엔시엠(NCM)·엔시에이(NCA)·엔시엠에이(NCMA) 등 니켈 비중이 다른 다양한 양극재가 생산된다. 연산 9만톤(60㎾ 전기차 100만대 공급 가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막·분리막) 중 배터리 원가의 약 40%에 이른다.
수천개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고 있는 작업자들만 있었다.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됐다는 뜻이다. 온도와 습도의 미세한 조절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터라, 인공지능(AI)시스템이 적용돼있는 카메라가 이상신호를 감지한다. 작업자는 이상신호가 감지돼 시시티브이 화면에 빨간 불이 켜지는 지 살필 뿐이다.
소성(니켈·리튬·코발트·망간 또는 알루미늄 등 원료 혼합 후 구움), 분쇄, 수세(물로 씻다) 모든 라인은 분석실로 연결돼 있었다. 초당 5m 속도로 제품 샘플 캡슐을 쏠 수 있는 ‘에어슈팅’ 기술 덕택에 확보된 샘플을 로봇팔이 자동으로 이물·수분·성분 등을 분석했다. 손동기 포스코퓨처엠 양극소재 실장은 “10억개 중 15개 미만 비율로 불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2012년 양극재 기업인 포스코이에스엠(ESM)을 설립한 뒤 2019년 합병 후 광양·구미·중국, 북미와 포항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2030년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을 생산하는 게 목표이다.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축구장 약 75개(53만2천㎡)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콤플렉스에는 소재(양극재·전구체)뿐 아니라 전지 원료(리튬)·재활용 공장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다. 철강산업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스코그룹의 꿈이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이 콤플렉스는 확장일로다. 당장 올해 10월 약 6만평 규모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1공장이, 내년 2월에는 2공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리튬 광산 보유 기업 필바라 미네랄스와의 합작법인(지분 포스코홀딩스 82%, 필바라 미네랄스 18%)이다. 이 공장에선 양극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연간 4만3천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복형 경영기획실장은 “호주산 광석에 2.8% 비율로 들어있는 리튬을 산소와 떼어내기 위해 열을 가하고 황산을 넣고 전기투석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맞은 편에 위치한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 1공장은 이달 7일 준공했다. 이날도 폐배터리 분쇄 가루(블랙파우더)에서 다시 원료를 찾아내 이를 재활용하는 공정이 가동 중이었다. 필터프레스를 거친 침출물을 180도의 고온고압으로 쪄주면 구리, 망간, 불순물 제거, 코발트, 니켈 순서로 정제됐다. 가장 원가가 비싼 리튬이 가장 늦게 분리됐다.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지에스(GS)에너지와의 합작법인(포스코·지에스에코머티리얼즈 65%, 화유코발트 35%)이다. 연간 1만2천톤의 블랙파우더에서 니켈 2500톤, 코발트 800톤, 탄산리튬 2500톤을 추출할 계획이다. 김지훈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 마케팅팀장은 “엘지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과 포스코퓨처엠 등의 물량을 공급받아 다시 원료로 공급한다.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1일 배터리 원료부터 핵심 소재, 재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2030년까지 2차 전지 소재사업에서만 62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6조원의 양극재를 수주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로 철광석·유연탄 등 철강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구하러 돌아다니면서 리튬도 확보할 수 있었다. 철강산업도 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달라”고 말했다. 광양제철소와 율촌산업단지의 거리는 차로 약 20분 정도였다. 지난 3일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포항과 광양 중심으로 7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양/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신림동 흉기난동, 왜 또래 젊은 남성들만 공격했나
- 대통령실 “천공이 아니라서 말 안 했다”…풍수가 존재 함구 논란
- 순찰차는 왜 궁평1로 갔을까…블박 공개했지만 “수사중”
- 모닝콜 해라, 이 문제 내라…교사들, ‘학부모 갑질’ 공유하며 울분
- ‘오히려 손해’ ‘문제점 알아보려’…코인 거래 여야의원들 해명 하지만
- 한 달간 700㎜ 넘게 온 전라·충청, 25일까지 최대 200㎜ 더 온다
- 천공 대신 등장 풍수·관상가 “악어상 윤 대통령, 경제 살릴 것”
- 우크라이나 대반격 이대로 끝나나…“진흙길 시즌까지 석 달 남아”
- 바닷가로 몰려갔다…그리스 로도스섬 최악 산불에 수천명 대피
- 폭염에 쓰러지지 않도록, 다시 쓰는 당신의 노동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