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환불이 안된다고?···‘숙박시설 환불’ 상담 19% 증가
“펜션 오는 길은 막힌 곳이 없으니 천재지변이 아니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최근 ‘충남 펜션 호우 재난 사태에 환불 불가라는 업주’란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숙박 예약 당일인 지난 15일 펜션이 있는 공주 지역에 폭우가 내려 펜션 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게 요지였다.
글을 올린 A씨는 “공주지역 재난문자가 10개 이상 발송됐고 홍수경보, 침수로 인한 주민대피, 교통 통제 상황이 발생했다”며 환불을 요청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지난 14일 새벽부터 공주시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13일 0시부터 15일 오후 7시까지 509.5㎜의 비가 쏟아졌다. 15일 금강 유역인 공주 금강교 지점에는 최대 홍수량의 70%까지 수위가 높아질 때 내려지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공산성 등 세계문화유산을 포함해 곳곳이 물에 잠겼다.
하지만 업주는 ‘도로의 모든 방향으로 정상 진입이 가능하니 펜션 이용하는 데 전혀 지장없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업주의 문자에는 “자꾸 천재지변 말씀하시는데 정부에서 보내는 문자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 문자”라고 나와 있었다.
기록적 폭우가 내린 최근 2주간 숙박시설 예약 취소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불만 상담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숙박시설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 관련 상담은 3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7건)보다 19.2% 증가했다. 예년보다 장마 기간이 길고 짧은 시간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소비자의 숙박지역 이동 또는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해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단순히 비가 많이 내린다고 천재지변으로 볼 순 없다. 기후변화 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한 경우는 기상청이 강풍 ·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지진포함)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했다.
A씨의 경우 숙박 당일 공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충분히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업자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당하게 환불 요구를 거절당했다고 판단한다면 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고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된다.
피해구제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쟁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분쟁은 민사를 통한 해결이 원칙이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며 “소비자 분쟁조정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분쟁 해결방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는 민사소송 대신 시도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분쟁조정 절차에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양 당사자가 공동의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조정결정을 내린다. 당사자들이 수락해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사업자가 조정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관할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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