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구장 23개 크기에서 100만대분 생산… 포스코 양극재 공장
1.2만톤 규모 창고도 자동화
광양공장 중심 밸류체인 집약
지난 20일 포스코퓨처엠이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 운영하는 양극재 광양공장. 2공장 생산라인 한쪽에 위치한 운전실 벽면은 수십 개의 모니터로 빽빽했다. 화면에는 공장 곳곳에 설치된 2000대가 넘는 폐쇄회로(CC)TV가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공정에 이상이 있을 때는 알림을 띄워 조치한다. 복잡한 양극재 공정 특성상 중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지난 2019년부터 4단계에 걸쳐 지난해 11월 준공한 광양공장 부지는 16만5000㎡(약 5만평)로, 축구경기장 23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연간 양극재 생산 규모는 약 9만톤(t)으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양극재 9만t은 60㎾h 전기차 배터리를 약 100만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의 현재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은 10만5000t으로 에코프로비엠(18만t)의 60% 수준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은 양극재 광양공장을 중심으로 율촌산단에 ‘이차전지소재 콤플렉스’를 조성 중이다. 원료-소재-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한곳에 모아 이차전지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화유코발트, GS에너지와 합작해 만든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링 공장은 지난 7일 준공됐다. 호주 리튬광산을 보유한 필바라 미네랄스와 설립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올해 10월,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1, 2공장을 짓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광양공장에서 도보로 닿는 거리에 있다.
이날 광양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마주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품질 분석, 재료 투입, 가열 소성, 물류 운반, 창고 관리 등 대부분 공정을 자동화한 결과다. 간혹 모니터 화면이나 기계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거나 기계음 사이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근처 직원이 직접 설비를 확인했다. 가열에 쓰이는 도가니를 교체하는 공정은 성인만 한 크기의 산업용 로봇이 대신했다. 광양공장에는 약 3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손동기 포스코퓨처엠 양극소재실장은 “모든 공정에 포스코그룹의 스마트 시스템이 접목됐다”며 “현장에 있는 2000대의 CCTV도 사람이 다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을 최적화하고 안전,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자동화로 비용 절감은 물론 생산성과 조업 안정성을 높인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주요 공정은 총 15단계로 나눠진다. 처음 원료를 투입해서 소성, 해쇄(분쇄) 등을 거쳐 최종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최소 2~3일이 소요되는 만큼 각 단계가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돼야 한다.
양극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포스코퓨처엠은 제품을 생산하자마자 고객사로 공급한다. 광양공장 내 5300㎡(약 1600평)가 넘는 자동화 창고에는 원료, 제품이 담긴 포대들이 20m 높이 철제 선반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 색깔별로 원료와 제품 종류를 구분하는데 흰색이 리튬이고 초록색과 파란색이 각각 양극재, 전구체를 담고 있는 포대다.
최욱 포스코퓨처엠 양극재생산부장은 “원료는 8단, 제품은 10단으로 적재됐다”며 “포대당 500㎏ 정도로, 용량으로 보면 약 1만2000톤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제품들이 창고에 보관되는 시간이 3일도 안 된다”며 “입·출고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고, 품질 유지를 위한 습도나 온도도 시스템에 의해 알아서 관리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스마트팩토리와 공정 기술이 집약된 광양공장을 글로벌 모델공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광양공장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광양공장은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하고 있는데 LFP(리튬·인산·철), 코발트프리로 제품군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이차전지 콤플렉스가 완성되면 물류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필바라가 제시한 연간 리튬 생산 목표(4만3000t)는 광양공장이 매년 9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리튬(4만1000t) 전량을 내재화할 수 있는 양이다. HY클린메탈로부터 공급받는 재활용 원료(니켈, 코발트, 탄산리튬)를 활용한 양극재로 글로벌 환경 규제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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