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도 있었는데, 우크라 대반격은 어디…"기회의 창 닫히고 있다"

윤세미 기자 2023. 7. 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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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대반격에 나선 지 6주가 지났지만 영토 탈환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대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 우크라이나 전역이 진흙탕으로 변해버리면 반격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작전을 수행 중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CNBC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수개월의 준비 끝에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달 대반격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의 반란이 있었고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이후 빼앗겼던 영토 약 210㎢를 수복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소모전의 성격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군사정보기업 로찬컨설팅의 콘래드 무지카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참호 하나를 점령했다', '500m 전진했다' 식으로 말하지만 본질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앞으로 더 느려질 공산이 크다"면서 "현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군인들 사이에서도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 앞으로 2~3개월 동안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지난 겨울에 반격을 계획했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을 기다리면서 반격 시점을 늦췄고 그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남동부 헤르손까지 900km에 이르는 전선을 따라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광범위한 지뢰밭과 '용의 이빨'로 불리는 뿔 모양의 탱크 저지용 구조물, 대형 참호와 벙커 등이 2~3중으로 겹겹이 설치된 이 방어선은 일부 지역의 경우 그 깊이가 30km에 달하며 드론과 포병, 헬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촘촘한 방어망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고 그사이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전열을 다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BBNews=뉴스1

CNBC는 이제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반격 성공을 위한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장을 지낸 마이클 클라크 군사 애널리스트는 "대반격은 탐색전을 벌이는 1단계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2단계로 계획됐는데 1단계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1단계가 이렇게 늘어지면 2단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날씨가 바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라는 1년에 계절 변화에 따라 두 번의 '진흙 시즌'을 겪는데, 한 번은 겨울 한파가 풀리면서 땅이 녹을 때고 한 번은 가을비가 내리면서 땅이 젖을 때다. 이땐 우크라이나 전역의 비포장도로와 평원이 진흙탕으로 변한다. 장갑차와 탱크가 움직이지 못한 채 진흙에 갇혀버리게 되는 이런 환경은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도 한몫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반격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클라크 애널리스트는 "시간 압박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2단계에 쓸 병력을 성급히 배치할 위험이 있고 이렇게 되면 진짜 공격이 필요할 때 병력을 동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비관하는 건 아니지만 반격이 성공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무지카 회장도 "날씨는 언제나 변수가 돼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남쪽으로 점점 더 빠르게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실상 탄약과 무기가 고갈되고 땅이 진흙으로 바뀌기까지 3개월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정면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한편 러시아 후방을 계속 공격하면서 러시아의 병력 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자국군의 지상 공격 속도가 높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면서 "단 이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많은 전투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그 과정은 길고 힘들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수중 드론 공격으로 훼손된 크름대교. 2018년 5월 크름대교 개통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넜을 정도로 공을 들여 '푸틴의 자존심', '푸틴의 다리'라고도 불린다./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지원받은 집속탄을 활용하는 한편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국경을 겨냥한 전선 후방 공격을 병행하는 모양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17일 크름대교를 수중 드론으로 공격했고 19일엔 크름반도 내 지역 군사기지 탄약고도 폭발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연설에서 크름대교 공격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흑해곡물협정을 탈퇴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구 오데사 등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참호를 파괴하기 위해 러시아 방어선과 러시아 국경 지대인 벨고로드에 집속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당초 집속탄 제공을 꺼렸지만 우크라이나 반격을 돕기 위해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결정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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