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의약품청' 만드는 중남미…K-바이오 수출 탄력받나
중남미지역에 유럽의약품청(EMA)과 같은 권역 통합 의약품청이 설립된다. 통합 의약품청은 권역 내 의약품 평가와 감독을 총괄하게 된다. 매년 두자릿수 고속 성장중인 중남미 의약품 시장 진출에 수년간 공을 들인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엔 긍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 의약품청을 통할 경우 개별 국가와 관련 절차를 진행할 때 보다 의약품 허가 등 전반적 과정이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23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 각국은 곧 미국 워싱턴 DC에서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의약품청(이하 'AMLAC',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Medicines Agency)' 설립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실무 그룹 구성 등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4월 'AMLAC' 설립을 위한 제반 절차가 시작된 이후 이제 지역 통합 의약품 관련 기구가 실제 활동을 하는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쿠바 등은 지난 4월 26일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AMLAC' 창설을 위한 '아카풀코 선언'에 합의했다. 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권역 내 주요국이 추가 참여의사를 밝혔고 지난 6월 16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가 'AMLAC'의 창설에 동의한 상태다.
창설에 동의한 해당 국가들은 효과적이며 양질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제조를 지원하고 지적 재산에 대한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자급 자족을 강화하는 것을 'AMLAC'의 활동 목표로 정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유럽 연합의 의약품 평가와 감독을 총괄하는 'EMA'와 비슷한 성격의 기구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이제 권역 내 의약품 관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남미 의약품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중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은 전년대비 평균 10.5% 성장했는데, 권역별로 중남미 시장 성장폭이 12.9%로 가장 높았다. 2021~2025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연평균복합성장률(CAGR) 전망치에서도 10.9%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이 같은 중남미 시장에 긴 시간 공을 들였다. 중남미 의약품 시장 진출 모범사례로 꼽히는 보령은 이미 2013년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멕시코 포함 중남미 13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카나브는 멕시코에서만 누적 매출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올렸다.
다른 업체들의 진출에도 속도가 붙은 상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을 앞세워 중남미권을 공략중인 대웅제약은 최근 국산 당뇨병 신약 엔블로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프라잔을 중남미권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는 최근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의 브라질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중남미 17개국에 판매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중남미 통합 의약품청 격인 'AMLAC' 출범에 따라 이 같은 업계 현지 진출 과정은 더 수월해 질 수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합 의약품청을 통해 의약품 허가 등이 진행되면 개별 국가별 허가 절차를 밟던 때 보다 현지 진출이 보다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AMLAC'에 앞서 아프리카 통합 의약품청도 설립돼 중남미는 물론 추후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르완다 정부와 아프리카 연합위원회(AUC)는 르완다 키갈리에 '아프리카 의약품청'(AMA) 본부를 유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AMA는 우간다가 2021년 AMA 협약에 15번째로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정식 출범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연합 55개국 중 23개국이 AMA 설립 협약에 참여한 상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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