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외화채권 133억달러 순발행…작년 연간치 넘어"
상반기 133억달러 순발행, 작년 연간 114억달러 상회
"공급망 재편에 해외 현지투자 확대 과정서 불가피 측면"
하반기 만기도래분 223억달러…"상환 어려움 없을 듯"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거주자(정부 제외)의 외화채권(Korean Paper) 순발행 규모가 133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연간 순발행액(114억달러)을 뛰어넘는 규모로, 지난달말 기준 외화채권 발행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상회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 외환건전성조사팀은 블로그에 올린 ‘최근 외화채권 동향 및 상환 여건 점검’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외화채권 만기도래 규모는 2018년 이후 최대인 172억달러였으나, 305억달러가 발행되면서 순발행 규모는 133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전체 순발행액인 114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대규모 순발행 기조가 이어지면서 6월말 기준 외화채권 발행잔액은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외화채권 발행은 외화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국내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반면 외환 부문 건전성을 나타내는 중요지표 중 하나인 외화채권의 증가 요인이다. 발행이 늘어나면 국내 외화유동성 상황이 개선될 수 있지만, 향후 상환 부담이 증가해 외환 부문의 잠재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해외직접투자자금,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외화채권을 대규모로 순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대규모 외화채권 순발행이 가능했던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예상 등으로 채권시장에서 신용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 더불어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유출된 채권투자자금이 외화채권으로 일부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도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직접투자 등으로 은행과 기업의 외화자금 조달 필요성이 늘어난 점도 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하반기 외화채권 만기도래 규모는 223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2016~2022년 평균(152억달러)보다 훨씬 큰 규모로, 특히 7월엔 월 중 최대 규모인 78억달러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다만 한은은 만기도래 외화채권의 주요 발행 주체가 신용도가 높거나 외화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은행, 공기업인 점을 고려할 때 상환(차환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국책은행을 비롯한 은행은 발행 여건이 다소 악화하더라도 일정 규모는 상반기에 미리 조달해 확보한 자금으로 만기도래 외화채권을 상환할 여력이 있다”며 “기업도 만기도래 시기에 맞춰 외화채권을 차환발행할 예정인데, 필요한 경우 외화대출을 통해 상환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중 만기도래하는 78억달러 중 지난 14일까지 18억6000만달러가 만기도래한 가운데, 26억2000만달러가 발행돼 7억7000만달러가 순발행되는 등 상환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다만 외화채권 발행금리 상승으로 발행자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작년 평균 2.9%에서 올 상반기 평균 3.6%로 0.7%포인트 상승하면서 외화채권 평균 발행금리도 작년(3.6%)에 비해 1.3%포인트 높은 4.9%로 상승했다.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외화채권의 평균 발행금리가 3%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차환발행하는 경우 이자 비용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외화채권 순발행을 통한 외화채권 증가는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현지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수출 부진 등으로 경상거래를 통한 외환 유입 강도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외환 수급 부담을 완화하고 외화채권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는 데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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