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으로 냉각 '청정 에너지'···"용인 반도체산단 발전원 될수도"

벨뷰=윤홍우 특파원 2023. 7. 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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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전(SMR) 선도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 가보니
오염수 없고 핵폐기물 발생도 적어
美정부 20억弗 지원···SK도 투자
"데스밸리 넘어···상세 설계에 중점"
2030년 완공, 실증후 韓에도 공급
화력발전 대체·대도시 인근 설치 가능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함께 생산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홍우기자
[서울경제]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위치한 테라파워의 에버렛연구소에 들어서자 벽면에 붙은 대형 주기율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가운데 원자번호 11번인 나트륨(소듐)은 테라파워가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물질이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테라파워는 개발 중인 첫 SMR 제품의 이름을 ‘나트륨’이라고 지었다. 2030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캐머러에 테라파워의 첫 SMR인 345㎿(메가와트) 규모 나트륨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2,000평 규모의 격납 창고 안에 들어선 연구소는 나트륨 실험 장비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실험 장비, 염소염 용융염원자로(MCFR) 실험 장비 등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테라파워 연구진은 이 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한국 취재진 앞에서 첫 SMR인 나트륨에 들어가는 핵연료 다발의 구조를 비롯해 액체 나트륨이 냉각재로 활용되는 과정 등을 직접 보여줬다.

SMR은 대형 원전의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500㎿ 이하 소형 원전이다. 외부 전원 없이 자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원전보다 안전도가 월등히 높다. 추가 냉각수 공급 없이 냉각되는 만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 냉각수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SMR은 냉각재·감속재로 물이 아닌 다른 물질(나트륨)을 사용해 사용후핵연료가 경수로 유형보다 10분의 1수준까지 적게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연구소에서 만난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SMR의 진행 단계와 관련해 “두 번째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잘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과정에서의 첫 번째 데스밸리를 넘어 상용화를 위한 자본 유치 등이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단계 실증 단지 구축 비용(약 40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국내에서는 SK㈜와 SK이노베이션 등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르베크 CEO는 “지금은 규제 당국의 요건에 맞춰서 상세 설계를 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파워의 SMR이 실증에 성공할 경우 탄소 감축 방법을 고민해온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안전하면서도 효율성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제로인 에너지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과 달리 모듈화된 SMR은 대도시 인근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테라파워 관계자는 “화력발전이 있던 자리를 SMR이 대체하면 기존의 전력망을 이용하면서 지역사회 고용 승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케머러의 석탄화력발전소는 2025년 폐쇄될 계획인데 테라파워 나트륨 원전이 이를 대체해 2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SK가 이 기술에 투자한 이유도 이 같은 SMR의 가용성과 무관하지 않다.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등이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SMR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테라파워의 에버렛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냉각재 거동을 살펴보고 있다. 윤홍우 기자

테라파워가 첫 SMR인 나트륨 실증에 성공할 경우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르베크 CEO는 최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것을 언급하며 “테라파워는 모두에게 우리 기술이 안전하고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그리고 나서 한국 기업과 협업을 통해 그 기술을 확대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50년까지 수백 개의 SMR을 전 세계에 구축해 청정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테라파워의 구상이다.

테라파워와 SMR 개발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분야는 바이오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다. 테라파워는 원자력발전과 별개로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액티늄-225’ 생산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는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암세포를 표적 파괴하는 표적 치료제 중 알파 치료제의 원료로 쓰인다. 르베크 CEO는 “한국 기업들 중에서도 알파 핵종 표적 치료를 목표로 하는 곳들이 많다”면서 “우리는 현재 한국 기업들과 액티늄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뷰=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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