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현장] ‘아이티전 환상 중거리 골’ 장슬기, “제 ‘인생골’은 아직입니다”
“이번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이 세리머니로 밀고 가려고요.”(웃음)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장슬기(29·인천현대제철)는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콜롬비아와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이틀 앞둔 23일, 한국 훈련장인 호주 시드니 외곽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특유의 발랄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장슬기는 대표팀 수비수. 하지만 어린 시절 공격수로 활약해 킥이 뛰어나고 공격 본능도 있다. ‘골 넣는 수비수’로도 불린다. 장슬기는 호주 출국 전인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이티(53위)와 치른 평가전에서 그림 같은 골을 넣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36분 프리킥 키커 지소연(32·수원FC)이 공을 건네자 장슬기가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대 구석에 꽂혔다. 경기 결승골이었다.
이후 장슬기는 자신의 슈팅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수줍은 표정을 지었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이 세리머니 장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졌다. ‘수줍은 세리머니에 그렇지 않은 멋진 골’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장슬기는 “지인에게 연락이 너무 많이 왔다. 동료들은 장난으로 ‘짜증난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 내 축구 인생은 길다. ‘인생골’은 아니다”고 했다.
이는 약속된 플레이이자, 한국이 후반 세트피스를 통해 기회를 잡은 의미 있는 골이었다. 한국은 오는 25일(콜롬비아), 30일(모로코), 8월 3일(독일)과 차례로 조별리그 경기를 갖는다. 장슬기는 “감독님이 강조하는 ‘고강도’는 이제 우리 일상과 같다.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전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진 않지만, 선수들은 별도로 심박수를 올리는 훈련을 한다. 어느새 적응이 된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콜린 벨(62) 대표팀 감독은 스프린트(단거리 달리기) 이후 회복을 강조하는 ‘고강도’ 훈련을 이어왔다.
장슬기는 A매치 90경기 13골을 기록한 베테랑. 한국이 2010년 FIFA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일본을 누르고 우승할 당시, 장슬기는 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우승 쐐기를 박은 바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여자 청소년상,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꾸준한 기량을 뽐냈다. 월드컵 출전은 2019년(프랑스)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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