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 다단계 업체의 자금 기록, 과세 근거 된다”
불법 다단계 업체의 전산 기록도 과세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투자금과 수익금, 수수료 등을 정리한 장부는 다단계 사기에 필수적인 만큼 증거로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불법 다단계 업체 팀장 A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A씨가 근무한 업체는 환차익을 노리는 FX마진(외환차익거래) 중개를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불법 다단계 사기를 치는 곳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피해자 1만2174명으로부터 1조원 넘는 돈을 가로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곳에서 투자자 모집책으로 근무하며 2015~2016년 모집 수당 약 3억9000만원을 받았다. A씨 등이 모집한 투자금과 그 대가로 지급된 수당 등은 모두 다단계 업체의 전산 시스템에 기록됐다.
세무서는 이를 근거로 A씨가 세금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2년 치 종합소득세 1억47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해당 업체의 전산 자료는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것으로 과세 근거로 삼기에 부적절하고 믿기 어렵다”며 불복했다. A씨는 모집 수당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반환하거나 식사를 대접하는데 사용했다며, 세액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다단계 업체의 전산 시스템에 기재된 수당 등 세부 내역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폰지 사기’는 투자 대상이 불명확하고, 다단계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범행이 유지된다”며 “투자금과 수익금 지급 현황을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사업 유지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말했다. A씨가 모집 수당 3억8000여만원을 수령했다며 제출한 확인서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일부 모집 수당을 투자자 등에게 지출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장부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정된 세액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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