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위장’ 단속 경찰관에 성매매 알선한 업자···대법 “주선만 해도 유죄·성매수 의사와 무관”

김혜리 기자 2023. 7. 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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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실제 성매수 의사와 상관없이 성매매를 주선했다면 성매매알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A씨는 2017년 10월 태국인 마사지사를 고용해 다수의 남성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 그중엔 단속을 위해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관 B씨도 포함돼있었다. 1심은 B씨에 대한 성매매 알선행위를 포함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 B씨에 대한 성매매알선죄는 무죄로 봤고 나머지 혐의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매매알선 처벌규정은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성매매의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데, 위장 경찰관은 성을 ‘실제로’ 매수를 하려는 당사자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며 B씨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또 “성매매알선은 각각의 행위별로 범죄가 성립하는데 피고인이 관여한 각각의 성매매알선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공소는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가 성매매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성매매에 이를 정도의 알선이 있었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매매알선은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 사이에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당사자가 실제로 성매매를 하거나 서로 대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이들이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본인의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를 했으므로, 단속 경찰관에게 성매수 의사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성매매알선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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