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올 줄 알았는데"…올 듯 말 듯 오지 않는 '건면시대'
'선두' 신라면건면 매출도 230억 정체
건면 단점 보완한 신제품으로 성장 전망
라면업계가 '미래 시장'으로 낙점한 건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건면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눈에 띄는 히트작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맛보다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좋은 재료를 사용한·속이 편한 등 건강 마케팅에 무게를 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맛은 그저 그런 라면'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면 없으면 안 끼워줘
라면업계는 최근 몇 년간 건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농심은 대표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에 건면 트렌드를 입혔다. 이후 라면왕김통깨, 배홍동쫄쫄면, 파스타랑 등 건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건면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라인업을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건면 전문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해 짜장, 파스타 등의 제품을 선보였고 지난달엔 해외 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을 내놨다.
지난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을 내놓으며 라면 시장에 뛰어든 하림도 건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챔라면(컵라면), 더미식비빔면 등 유탕면 라인업도 갖췄지만 매출은 대부분이 건면인 장인라면에서 나오고 있다.
아예 유탕면을 배제하고 모든 라면 라인업을 건면으로만 채우는 곳들도 있다. 바로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2011년부터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10년 넘게 건면 라면을 판매해 왔다.
생각보다 안 팔리네
라면업계는 코로나19로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름에 튀긴 유탕면보다 칼로리가 낮은 건면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을 출시하면서 목표 매출을 연 500억원으로 잡았다. 신라면 건면은 출시 8개월 만에 5000만봉이 팔리며 판매량 기준 '톱 10'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짜고 기름진, 얼큰한 라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건면의 건강한 맛에 금세 물렸다. 6월 기준 신라면 건면의 누적 판매량은 1억8000만봉. 출시된 지 4년 5개월간의 판매량이다. 지난해 연매출은 230억원으로, 목표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건면의 선두 주자인 신라면 건면이 주춤하면서 전체 건면 시장 규모도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세에 머물렀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면 라면 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체 라면 시장의 6~7%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라면 '빅 4'에 속하는 오뚜기와 팔도는 건면 라면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오뚜기는 옛날 잡채, 컵누들 등 당면으로 만든 제품만 일부 내놨고 팔도 역시 건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 없다. 안정적인 매출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건면 라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미래는 밝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건면 시장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유탕면의 맛을 따라잡지 못해 소비자 반응이 미적지근하지만 제면기술과 스프 제조 기술이 더 발전하면 라면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 나오는 건면들의 평가가 좋은 것도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인다. 농심의 경우 신라면건면은 2021년 215억원에서 2022년 230억원으로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8월 출시한 라면왕김통깨는 5개월 만에 16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신라면건면을 위협했다.
다른 라면 제조사들도 짜장, 비빔면, 파스타 등 국물 없는 라면을 중심으로 건면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물에 유탕면의 기름이 배어나오며 진한 맛을 내는 국물라면과 달리 비빔라면은 면을 데치는 방식인 만큼 건면의 단점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파스타의 경우 원래 건면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질감이 더 적다는 장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맛인 유탕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건면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건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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