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7경기 만의 승리, 대구전 첫 승리, 그리고…대전이 대구전에서 찾은 의미

김환 기자 2023. 7. 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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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라는 말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숫자 9가 들어간 수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피해야 할 시기나 숫자는 미신이 존재한다.

이민성 감독은 대구FC와의 경기 전까지 아홉수였다.

대전은 22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4라운드에서 대구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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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대전)]


‘아홉수’라는 말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숫자 9가 들어간 수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피해야 할 시기나 숫자는 미신이 존재한다. 29세에는 결혼을, 39세에는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는 격언에 가까운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스포츠에도 아홉수가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로 아홉수는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민성 감독은 대구FC와의 경기 전까지 아홉수였다.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민성 감독은 대전하나시티즌에 부임한 이후 49승을 거두고 있었고, 50승까지 단 한 번의 승리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최근 대전은 무언가 막힌 듯 좀처럼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초 강원FC전 승리 이후로 6경기째 승리가 없었다. 6월에는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동점골로 따라잡는, 7월에는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을 허용해 아쉽게 무승부를 거두는 경기들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이민성 감독은 지난달 이맘때 즈음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 만 49세였다.


대구전은 막힌 혈을 뚫는 듯한 경기였다. 대전은 22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4라운드에서 대구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후반전 들어 터진 배준호의 선제골이 결승골이 됐다. 배준호는 이 득점으로 프로 데뷔 이후 첫 골을 신고했다.


이민성 감독은 대구전 승리로 대전 부임 이후 50승을 달성했다. 두 시즌 반 만이다. 이민성 감독도 내심 이를 신경 쓰고 있었다. 경기 후 이민성 감독은 “49승일 때 계속 이 이야기를 들었다. 1승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대구를 상대로 1승 4패, 승률이 좋지 않았다. 홈에서 이런 것들을 깰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를 계기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잘 준비하는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대구전의 포인트는 이민성 감독의 50승 달성만이 아니었다.


# 홈에서 깬 무승, 대구전 첫 승…반등의 신호탄 될 수 있는 경기


승격팀 대전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강등 유력 후보로 지목됐다. 쟁쟁한 K리그1 팀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대전은 이 예상을 비웃듯 1로빈 11경기에서 5승 3무 3패를 거두며 승점 18점을 따냈다. 1로빈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 대전은 4위였다.


2로빈에 접어든 이후로는 주춤했다. 시즌 첫 연패를 포함해 4경기 무승이 이어졌다. 강원전에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으나 다시 무승의 늪에 빠졌다. 1로빈이 끝난 이후 수원FC전을 제외하면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 이번 시즌 대전의 홈 관중이 보여주고 있는 열기를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었다.


필요한 시점에 홈에서 승리를 거뒀다. 유독 길게 느껴졌던 6경기 무승도 끊어냈다. 이번 시즌 치른 두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0-1 패배를 당했던 대전은 1-0 승리로 되갚았다. 궂은 날씨에도 1만관중을 달성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팀의 승리에 열광했다.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정규리그는 아직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6위인 대전은 3위 FC서울, 4위 전북 현대와의 승점 차가 4점이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기는 하나,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파이널A 진입은 물론 상위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다음 상대는 광주FC다. 대전은 이번 시즌 광주와 두 번의 무승부를 거뒀다. 대구전과 마찬가지로 광주전 무승도 깨겠다는 생각이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유강현도 “이번 시즌 광주를 아직 한 번도 못이 겼다. 휴식기 동안 잘 쉬고 준비해서 광주도 이기자는 생각이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 중요한 순간 터진 데뷔골과 세리머니, 스타성까지 갖춰가는 배준호


승부를 가른 득점의 주인공이 배준호였다는 점도 대전 팬들을 기쁘게 했다. 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 주세종이 박스 안 먼 쪽을 바라보고 김현우가 머리를 활용해 문전으로 보냈다. 이를 배준호가 높게 뛰어올라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심지어 이 프리킥조차 배준호가 얻은 파울이었다. 배준호는 득점 이후 대전 홈 팬들 앞으로 달려가 큰절 세리머니를 펼쳤다. 대전 팬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배준호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이번 시즌 들어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배준호는 어느새 확실한 주전급 U-22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활약에 비해 공격 포인트가 없다는 아쉬움도 이날 말끔하게 지웠다. 배준호는 자신을 향한 이민성 감독의 믿음에 득점으로 보답했고, 득점 이후에는 큰절 세리머니로 그간 응원을 보내준 대전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한 배준호는 “개인적으로 득점을 원하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언제 득점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간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넣어서 뜻깊었다.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골을 넣게 돼서 다행이다. 멋진 득점보다 팀에 필요한 골을 넣고 싶었다. 적절한 시기에 넣어서 더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준호는 “경기력을 올리고 기복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U-22 자원이지만 U-22 선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라며 말끔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는 배준호다.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배준호는 대전에 입단한 이후 조금씩 기회를 받으며 성장했고, 지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통해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필드 위에서는 과감한 플레이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이제는 깔끔한 인터뷰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미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전의 차기 프랜차이즈 스타 자리도 노려볼 수 있는 배준호다.


대전 관계자도 “배준호가 원래 조용한 성격이다. 다른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는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걸 듣고 말을 정말 잘해서 놀랐다. 대구전 경기력도 좋았지만 인터뷰 스킬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가능성 보였던 구텍과 유강현의 선발 투 톱


이날 대전은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갖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구텍과 유강현이 섰다. 대전은 이번 시즌 전문 스트라이커와 발 빠른 선수들을 함께 전방에 배치하는 경기들이 많았고, 경기 중 득점이 필요할 때 추가로 스트라이커를 투입하고는 했다. 유강현과 티아고가 함께 출전하는 경기가 있기는 했으나 이런 경기에서 유강현은 최전방보다 측면에서 플레이했다.


대구전은 조금 달랐다. 유강현과 구텍은 최전방에서 대구 수비들과 싸우며 포스트 플레이에 집중했다. 배박스 앞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구텍은 계속해서 수비와 경합을 시도했고, 유강현은 때로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으로 수비를 흔들었다. 두 선수들 덕에 대전은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이민성 감독은 경기 전 “대구가 워낙 카운터 어택과 수비 집중력이 좋은 팀이다. 그 수비를 뚫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패스 위주의 플레이보다 때로는 선이 굵은 축구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그런 방식으로도 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전은 중앙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푸는 것 외에도 전방에 있는 구텍과 유강현에게 롱 패스를 보낸 뒤 세컨드볼을 노리는 장면들을 종종 만들어냈다.


대구가 수비 라인을 낮게 내렸고, 수비와 미드필드 간의 간격이 좁았던 탓에 유강현과 구텍이 득점 찬스를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티아고, 유강현, 구텍의 공존과 기용을 두고 고민하던 대전은 대구전에서 한 가지 공격 옵션을 더 찾아낸 셈이다.


유강현도 “티아고와는 훈련 때도 그렇고, 이전부터 합을 맞춰봤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구텍과는 이번 주에 처음으로 같이 훈련하고 발을 맞췄는데도 스타일이 나랑 굉장히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로 어느 위치에 있어야 되는지 알고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구텍과의 호흡을 기대하게 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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