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고 무시하는 건가요”...싸구려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김기정의 와인클럽]
“거짓말! 아줌마라 무시하고 싸구려 와인을 가져왔지?”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와인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가격이 싸고 품질은 좋은 프랑스 와인을 찾다 보니 ‘세컨드 와인’을 떠올립니다. 세컨드 와인이란 와인생산자가 그랑 뱅(Grand Vin)의 기준에 약간 못 미치는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와인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샤토에선 보편화돼 있습니다.
칸자키 시즈쿠는 보르도 5대 샤토 등 고급와인을 잔으로 판매하는 파커즈 카브라는 와인숍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와인숍에선 손님과 점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샤토 라 미숑 오 브리옹’(Chateau La Mission Haut-Brion)을 주문한 손님이 한 모금 마셔보고는 ‘가짜’ 와인이라며 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틴 겁니다. 이때 주인공이 나섭니다. 역시나 한 모금 마셔보고는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이건 ‘샤토 라 미숑’이 아니라 세컨드 와인인 ‘라 샤펠 드 라 미숑’ 입니다.”
파리의 한 백화점에서 5대 샤토의 세컨드 와인을 고르던 중 믿고 마신다는 보르도 2010년 빈티지가 있길래 구매한 뒤 서울 지인 모임에서 자신 있게 풀었는데요.
저의 첫 번째 실수는 이게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인 샤토 오 브리옹의 세컨드 와인인 줄 알고 구매했다는 겁니다. 실제는 샤토 오 브리옹의 길 건너 옆집에 위치한 샤토 라 미숑 오 브리옹의 세컨드 와인이었습니다. 두 샤토는 지금 한 식구가 됐지만 엄연히 다른 와이너리의 세컨드 와인을 산 것입니다. 샤토 오브리옹의 세컨드와인을 제가 직접 사진까지 찍었는데 급하게 사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샤토 오 브리옹의 세컨드 와인은 ‘르 클러렁스 드 오브리옹’(Le Clarence de Haut-Brion)입니다. 샤토 바앙 오 브리옹(Chateau Bahans Haut-Brion)으로 불렸으나 2007년부터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라 샤펠 드 라 미숑 오 브리옹이 절대 싸구려 와인이 아닙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세컨드 와인인 르 클러렁스 드 오브리옹과 가격 차이도 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르 클러렁스 드 오브리옹 2011년 빈티지가 195유로(약 27만원)인데요, 라 샤펠 드 라 미숑 오 브리옹 2010년 빈티지는 이보다 더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심지어 라 샤펠 드 라 미숑 오 브리옹 2010년 빈티지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도 좋습니다.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로 불리는 제임스 서클링은 2010년 빈티지에 96점을 주고 라 미숑에서 만든 최고의 세컨드 와인이라고 평가합니다. 풀바디에 단단한 타닌을 와인의 캐릭터로 소개했습니다.
결론은 아무래도 제가 ‘라 미숑’을 마셨을 때는 와인이 조금 덜 열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음식과 서로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맛있는 와인이었지만 가격 대비 개성이 약했고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라는 생각이 들게한 세컨드 와인이었습니다.
샤토 오 브리옹은 소위 ‘5대 샤토’라 불리는 보르도 좌안의 그랑크뤼 1등급 와인입니다. 5대 샤토 중 다른 4개 샤토는 보르도의 메독(Medoc)에 있지만 샤토 오 브리옹은 보르도 남쪽, 그라브 북쪽의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에 위치합니다.
나폴레옹 3세가 1855년 파리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보르도 와인에 등급을 부여합니다. 그때 대상지는 보르도 메독 지역에 국한했지만 그라브 지역 샤토 오 브리옹의 품질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1등급 와인에 샤토 오 브리옹도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난주 와인 클럽에서 사진으로 소개한 무통 카데의 라벨에 ‘페삭 레오냥’으로 적혀있었는데요. 일반 무통 카데가 보르도라는 넓은 지역명칭을 쓰고 있지만 사진 속 와인은 무통 카데 와인 중 조금 더 고급 와인 라인이라 지역명이 ‘페삭-레오냥’이란 마을 단위로 좁아졌습니다. 와인은 생산 지역명이 좁아들 수록 고급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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