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이 느껴져”...국내 무대는 좁다, 세계적 수준 향하는 서울시향
고전·낭만 넘나든 유연한 선곡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과 차이콥스키’는 내년에 예술감독으로 정식 부임할 츠베덴 감독의 서울시향 공식 데뷔 무대였다.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고, 지난 2018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시향 공연의 지휘봉을 잡긴 했지만, 오스모 벤스케 당시 감독이 부상을 입어 대타로 투입된 자리였다.
츠베덴 감독은 정식으로 포디움에 오른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선곡했다. 협연자 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으로 소리를 꽉 채웠다. 차기 감독이 서울시향의 전통과 연주자들을 파악하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의미도 있었던 셈이다. 그는 “고전에서 낭만으로 변화하는 적응력과 유연성을 느낄 수 있는 선곡 조합”이라며 “서울시향이 바로크 음악과 동시대 음악 등 시대적 간극이 넓은 프로그램도 소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무대도 그의 표현처럼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채’가 두드러졌다. 츠데벤 감독은 손 끝에서 발 끝까지 온몸을 쓰면서 음율 위에 올라탄 듯했다. 작은 새가 우는 듯,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는 듯한 섬세한 소리를 낼 땐 손가락을 떨거나 몸을 살랑였고, 모든 악기가 절정으로 웅장한 소리로 치달을 땐 펄쩍 뛰는 등 격정적인 지휘를 선보였다. 가만히 앉아 있는 관객마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집중력이 지휘자와 연주자 모두에게서 느껴졌다.
관중은 ‘브라보’를 외치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츠베덴 감독은 특히 돋보였던 관악 파트와 타악 파트 연주자들을 한 명 한 명 짚어 일으켜 세우고 직접 박수를 보냈다. 또 모든 연주자에게 감사의 눈짓을 보냈고, 전석 매진된 객석을 향해 입모양으로 ‘땡큐’(감사합니다)라고 표현했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불을 뿜는 오케스트라의 전율을 느꼈다. 츠베덴은 21세기의 토스카니니 같았다”고 평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건 츠베덴이 부리는 마법보다도 서울시향의 합주력”이라며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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