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핵실험 방사능 낙진,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영향”

황규락 기자 2023. 7. 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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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핵실험'의 방사능 낙진이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1945년 트리니티 핵실험에서 폭발 직후 발생한 버섯 구름./미국 에너지부

인류 최초의 핵실험이었던 ‘트리니티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날아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핵실험을 주도했던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 시각) “연구자들이 최첨단 모델링 소프트웨어와 역사적 기상 데이터를 사용해 트리니티 핵실험의 방사능 낙진이 폭발 후 10일 이내에 46개주와 캐나다, 멕시코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미 프린스턴대 연구팀 등 공동연구팀이 동료평가를 앞두고 공개한 연구 논문에 실렸다.

지난 1945년 7월 실시된 트리니티 핵실험은 미 뉴멕시코주에서 진행됐다. 사용된 핵폭탄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폭탄으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핵폭탄 ‘팻 맨(Fat Man)’과 같은 종류다. 당시 핵실험으로 만들어진 버섯구름은 12km 상공까지 치솟았고 충격파는 160km까지 미치는 등 약 20kt의 TNT폭탄과 맞먹을 정도의 폭발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유럽 중기기상 예측센터가 공개한 역사적 기후 패턴 자료를 토대로 당시 기상 자료를 분석했다. 당시에는 방사능 낙진을 추적할 감시소가 없었고, 당일 기상 상황에 대한 자료도 없어 지금까지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당시 과학자들은 방사능 위험이 폭발 지점 주변 지역에만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멀리까지 퍼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트리니티 핵폭발 이후 핵구름이 뉴멕시코 북동쪽 상공으로 빠르게 퍼지며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단 사실을 발견했다. 핵실험 장소였던 뉴멕시코주 방사능 수치 중 87%는 트리니티 핵실험으로 발생한 것이었으며, 소코로 카운티 방사능 수치는 미국 내에서 다섯 번 째로 높았다. 연구팀은 네바다주에서 진행된 93건의 지상 핵실험에 대한 방사능 낙진 지도도 공개했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방사능누출보상법(RECA)을 통해 25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트리니티 핵실험장 주변 주민들은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핵실험장 주변 240km 이내에 약 50만 명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연구로 뉴멕시코주 핵실험장 주변 주민들의 보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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