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부서지고 뼈 부러져도…사람 살린 예천군 마을 이장·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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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곳곳 마을의 이장들은 바삐 뛰어다녔다.
마을 주민들은 비를 맞을까 집으로 꼭꼭 숨었다.
명봉리 이장 황병철씨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동안 자기 집은 부서지고 있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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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곳곳 마을의 이장들은 바삐 뛰어다녔다.
당일 밤 감천면 벌방리는 암흑천지였다. 폭우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마을 주민들은 비를 맞을까 집으로 꼭꼭 숨었다. 산사태 위험으로 집에 있으면 안 됐다. 이 마을 이장 박우락씨와 전직 이장 이재선씨는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모두 집에서 나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이씨는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몸이 잠길 정도"라며 "전기까지 끊겨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뉴스1에 전했다.
총 40가구에 60여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은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 2명은 안타깝게 탈출하지 못했다. 이씨는 "모두 대피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 2명이 실종돼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그날 감천면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효자면에서도 주민들을 구하러 의인이 나타났다. 컴컴한 새벽 시간당 60㎜가 넘는 비가 내려 토사가 마을을 덮쳤다.
명봉리 이장 황병철씨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동안 자기 집은 부서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주민 대피를 이끌었던 김도연씨는 쏟아진 토사에 떠밀려 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고항리의 김영환 이장과 사곡리 최통일 이장은 급류에 휩쓸린 주민에게 밧줄을 던져 구해냈다. 은풍면 우곡1리 최성회 이장은 같은 날 새벽 마을 순찰을 돌았다. 마을 앞 다리가 물에 잠긴 것을 발견하고는 주민 60여명을 황급히 피신시켰다.
지난 15일 내린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는 예천 15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 등 25명이 숨지고, 예천 주민 2명이 실종됐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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