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신림동 흉기난동범 사이코패스 성향… 위험 신호 관리 못해”

송은아 2023. 7. 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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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조모(33)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조씨의 범죄 이력을 봤을 때 충분히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데도 관계 당국에서 충분히 관리·감독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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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조모(33)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묻지마 범죄’의 전형으로, 범죄 이력을 봤을 때 ‘고위험군’임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을 지낸 권일용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조씨의 범행과 관련 23일 연합뉴스에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 중에서도 '시기' 유형에 해당한다”며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범인의 동기와 감정은 질투, 시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의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조씨는 21일 오후 2시7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씨는 경찰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에다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 .

권 교수는 “본인이 진술했다는 내용만 봤을 때 자신만의 문제와 감정을 불특정한 다수에게 폭력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반사회적 동기에 기인해서 본인의 폭력적 성향을 발현하는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씨의 범죄 이력을 봤을 때 충분히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데도 관계 당국에서 충분히 관리·감독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 교수는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됐다는 건 소년범 처벌이 시작되는 12세부터 18세까지 어림잡아 1년에 2번씩 기소됐다는 건데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은 갑자기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상당 기간 분노가 쌓이고 사소한 불법 행위를 저지르길 반복하면서 내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피해의식이 발현한다”며 “위험한 사람도 관리하지 않고 위험 신호도 포착하지 못하면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가 신체 능력이 약한 여성이나 노약자가 아닌 젊은 남성을 범행 대상으로 한 점, 도주하지 않은 점 등 기존의 유사 범죄와 다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조씨의 범행에선 흉기를 (마구) 휘둘러 단순히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게 아니라 작정하고 죽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며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젊은 남성에게만 공격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일반 범죄와는 다르게 볼 수도 있으므로 내재한 강력한 동기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가지도 않고 범행 현장에 앉아 있다가 체포된 점도 통상적인 흉악범의 모습은 아니다. 이 교수는 “사람을 죽여 놓고 피를 묻힌 채로 그냥 앉아서 쉬다가 잡혔는데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판사판이라는 심정도 있고 '처벌받아 봤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승 연구위원 역시 “자신의 범죄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저항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보통 이런 범죄를 저지른 후에는 자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씨는 과거의 여러 경험으로 인해 교정시설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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