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도 뚫은 이정효 감독의 호통...엄지성 "들으면 안 뛸 수가 없어요"[수원톡톡]
[OSEN=수원, 고성환 기자] '돌아온 엄살라' 엄지성(21, 광주FC)이 언제나 한 발 더 뛰게 도와주는 이정효(48)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광주FC는 22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24라운드에서 수원FC를 1-0으로 꺾으며 맞대결 4연승을 달렸다. 전반 43분 나온 두현석의 환상적인 발리슛 선제골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로써 광주는 5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며 승점 34점(9승 7무 8패)으로 5위가 됐다. 올 시즌 수원FC 상대 3전 3승이다. 반면 수원FC는 8경기 무승의 늪에 빠지며 승점 20점(5승 5무 14패)으로 10위에 머물렀다.
부상을 털고 일어난 엄지성도 선발 출전해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는 약 65분간 피치를 누비며 광주의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엄지성의 얼굴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훈련할 때는 몸 상태도 괜찮고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템포나 체력적인 부분이 훈련 때와 너무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경기였다.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만들겠다. 반성도 많이 하고 훈련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엄지성의 말에서는 계속해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아무리 상대를 분석하고 상대에 대응해 훈련한다고 하더라도 경기장에서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대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패스 미스나 좋은 기회에서 선택이 아쉬웠다. 실수도 많았다. 팀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엄지성은 수비와 일대일 장면에서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며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는 "그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팀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다. 공격수가 득점을 해야 오늘처럼 힘든 경기를 안 할 수 있다. 한 골보다는 두세 골, 두세 골 넣으면 서너 골 넣으면서 넣을 수 있을 때 계속 넣는 게 공격수의 몫"이라고 말했다.
엄지성은 "감독님께서도 오늘도 1-0으로 이기고 있었지만, 추가시간에도 계속 지키지 말고 득점을 요구하셨다. 골을 더 넣으면 상대가 아예 무너지는데 왜 계속 지키고 소극적으로 나서냐고 말씀하셨다. 다음 경기에서는 이기고 있더라고 계속 득점하려 노력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전 이정효 감독은 며칠 전 엄지성과 따로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엄지성은 "최근에 부상이 많았다. 감독님께서 부르셔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냐고 하셨다. 나도 조금 힘든 상황인데 감독님께서 불러주셔서 속마음을 잘 얘기했다. 감독님께서도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말씀해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지성은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하셨다. 경기장 안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감독님은 그런 큰 틀 안에서만 말씀해 주신다. 플레이적인 부분보다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참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승리 소감을 말하던 그는 "오늘 경기는 선수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극복하고..."라며 울컥했다.
엄지성은 "감독님께서 오늘 조금 더 그러신 것 같다. 나도 후반에 교체돼서 감독님을 봤는데 화가 나셨더라. 진짜 다른 감독분들과는 다르다. 욕망도 엄청 크시고, 이기고 있을 때도 방심하지 않고 놓지 않게끔 도와주신다. 밖에서 그렇게 소리 질러주셔서 선수들이 한 발짝 더 뛰고 정신 차리고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경기 막판 이정효 감독의 호통은 빗소리를 뚫고 기자석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엄지성은 "뛰는 우리에게도 들려서 안 뛸 수가 없다. 다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내가 그런 지적을 받았다면 감독님에서 그렇게 보셨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 거다. 그러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영상을 돌려보면서 그런 모습이 다음에는 안 나오게끔 노력하고 있다. 선수단 전체가 그렇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 K리그1은 휴식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장마가 예고된 만큼, 훈련장 여건이 열악한 광주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수 문제로 비가 많이 오면 제대로 야외 훈련도 하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엄지성은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만 평가받는다. 그런 외적인 부분은 팬분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프로 선수라면 외부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해야 한다. 환경이 어떻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 오늘처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음 경기도 열심히 준비하겠다. 밖에서 훈련을 못하더라도 안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열심히 해서 몸 상태와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끝으로 엄지성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탈락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부상으로 애를 먹고 있는 그는 황선홍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하지만 엄지성은 "그 부분도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솔직히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너무 연연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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