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회 남은 '악귀', 이제 김은희 작가가 펼칠 진혼곡만 남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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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가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주는 대신 우리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악귀는 그걸 원하는 거야." SBS 금토드라마 <악귀> 에서 나병희(김해숙)는 손자인 염해상(오정세)에게 악귀를 통해 얻는 것만큼 그 대가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나병희가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기꺼이 남편도 자식도 희생시켰고 그래서 손자 또한 희생시키는 걸 마다치 않는 대가를 치렀던 것처럼, 산영은 이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 윤경문이 희생될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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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청춘, 김태리의 욕망과 절망 사이(‘악귀’)

[엔터미디어=정덕현] "악귀가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주는 대신 우리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악귀는 그걸 원하는 거야." SBS 금토드라마 <악귀>에서 나병희(김해숙)는 손자인 염해상(오정세)에게 악귀를 통해 얻는 것만큼 그 대가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얻는 건 돈이고 그 대가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인신공양. <악귀>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 오랜 제의가 가진 욕망의 근원을 꺼내놓는다. 한 무고한 아이를 희생시켜 태자귀를 만드는 그 잔혹한 인신공양에는 장진리 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나병희의 욕망이 뒤섞여 있다. 장진리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굶겨 죽이는 그 잔혹한 희생의 대가로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려 했고, 나병희는 이렇게 탄생시킨 악귀를 들여 더 큰 부를 차지하려 했다.

결국 악귀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타고 들어온다. 공시생이었지만 그래도 밝게 살아왔던 청춘 구산영(김태리)은 아버지 구강모(진선규)가 남긴 댕기에 손을 대면서 악귀가 들린다. 태자귀를 만들 때 희생당했던 아이의 머리에 묶여져 있던 댕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산영은 댕기를 물려받으며 유산도 물려받는다. 악귀에 의해 사망한 할머니가 있던 화원재라는 저택과 유산을 받는 것.

그래서 없던 차도 사고 엄마 윤경문(박지영)이 카페를 차려 살아갈 수 있게 되지만, 구산영은 그 대가로서 시력을 잃어간다. 그의 아버지 구강모(진선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서사가 상징과 은유로 되어 있는 <악귀>에서 구산영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건 어찌 보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청춘들의 상황을 에둘러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악귀의 힘을 빌려야 앞을 볼 수 있다는 설정 또한 마찬가지다. 악에 받쳐 자신을 잃어서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이 그것이 아닌가.

산영은 그래서 눈을 잃어가는 절망 속에 악귀에 대한 욕망 또한 커져간다. 시력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산영이라는 청춘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 산영이 치러야할 대가는 그것만이 아니다. 나병희가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기꺼이 남편도 자식도 희생시켰고 그래서 손자 또한 희생시키는 걸 마다치 않는 대가를 치렀던 것처럼, 산영은 이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 윤경문이 희생될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된다.

욕망과 대가. <악귀>는 왜 태자귀 같은 무속 신앙의 소재를 가져와 굳이 욕망과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걸까. 그건 부를 거머쥐려는 자본의 욕망이란 항상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는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나병희는 소중한 이들을 모두 희생시키는 대가로 거대한 저택에서 살아가며 부를 누리지만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늘 모두가 희생되어 아무도 없는 어두침침한 저택에서 혼자 집착적으로 그 부에 대한 욕망을 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부유한 삶을 누리는 누군가의 삶이란 그 이면에 무고한 누군가의 희생이 따랐다는 걸 말해준다. 그래서 산영과 해상과 홍새(홍경)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악귀와 싸우려하고, 그러기 위해서 희생된 아이의 이름을 찾아내려 하는 건 어쩌면 그렇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려 함은 아닐까. 이제 2회 남은 '악귀', 김은희 작가가 앞으로 보여줄 희생된 이들을 향한 진혼곡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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