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이면 물러설 수 없지”...‘법들의 전쟁’ 마지막 승자는 [법조 인싸]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7. 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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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1심서 일방적 패배 딛고
2·3심 올라오며 대역전
6개 대형로펌 격돌
법조계 “다수 대형로펌
연합·경쟁 매우 이례적”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사진=연합뉴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유진그룹 회장으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약정금을 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소송이 마침내 선 전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지난 13일 대법원이 유 회장 측이 일부 승소했다는 항소심 판결 논리는 인정하되 지급 금액은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것입니다. 금액 산정도 선 전 회장 측에 추가적인 지급이 필요하다는 취지여서 사실상 최종 승소라는 게 법조계 평가입니다.

2017년 소 제기 이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이 사건은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KHL 등 6개 대형로펌이 대거 참전하며 법조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1심 땐 선 전 회장의 일방적 패소였으나 2심에선 역으로 선 전 회장에게 200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고, 3심에선 200억원에 더해 추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판결까지 나오면서 예측불허의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선 전 회장은 유 회장이 지난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증자에 참여하고 하이마트 대표이사로 계속 재직하는 대가로 세후 400억원을 받는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약정금은 ‘현재 수준의 급여’ 외에 받는 돈이라고 계약서에 명시됐습니다.

그러나 2011년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의 하이마트 공동대표 선임에 반발하며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자 양측은 회사에서 손을 떼고 제3자인 롯데그룹에 하이마트를 매각했습니다. 2017년 선 전 회장은 유 회장을 상대로 약정금 계약을 근거로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의 핵심은 선 전 회장이 약정금 지급 조건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지 여부였습니다. 1심에서는 선 전 회장의 의무를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목적을 달성하도록 협조할 의무’로 보고 선 전 회장이 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해 약정금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그러나 2심을 대리한 율촌, 세종, KHL은 다른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유 회장이 선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보장한 기한인 2013년 1월 31일이 도래하기 전인 2011년 12월 22일 ‘대표이사 개임(改任)’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건 위 계약상 의무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선 전 회장은 더 이상 갈등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경영권을 미리 포기하고 하이마트의 제3자 매각에 동의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을 폈고, 결국 2심은 유 회장에게 약정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대법원은 하이마트가 2008년 2월에서 2011년 4월 사이 선 전 회장이 받은 급여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한 점을 들어 이 부분이 선 전 회장에게 귀속되지 않은 급여 증액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상 약정금에서 제외해야 하는 급여 증액분에서 해당 부분은 빠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 결론입니다. 결과적으로 선 전 회장은 이렇게 계산된 증액분만큼 추가 승소하는 결과를 거뒀습니다.

2심에서 합류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는 “소송에서 로펌이 연합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이번 사건처럼 치열하게 다수의 대형로펌이 쌍방 연합하여 대응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국내 법률시장의 규모 및 수요가 커졌으며, 승소를 위해 대형로펌 여럿이 머리를 맞대야 할 정도로 법리다툼이 치열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번 하이마트 소송은 대형 로펌들 간 자존심을 건 대결과 협업, 또 향후 연합과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소송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법조 인싸’는 법조계의 ‘인싸’(를 꿈꾸는) 기자들이 법조계 인사들의 ‘인사이트’와 기자들의 관점을 전합니다. 주중 기사에서 팩트 전달에 집중했다면, 주말 코너에서는 법조계를 출입하며 쌓은 나름의 시각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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