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잊을만하면 터지는 '묻지마' 범죄, 근본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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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 통계, 예방책 등은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사이코패스를 찾아내 관리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데다 순찰·방범 활동 강화와 같은 치안 대책 역시 '묻지마 범죄'의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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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오후 2시경 서울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한 남성이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단 3~4분 사이에 벌어진 일로, 평온했던 골목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30대 범인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살기 싫다"고 소리쳤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범행 장소로 신림역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폭행 등 전과 3범으로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전력도 14차례 있다고 한다. 목숨을 잃은 20대 남성 등 피해자들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방비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보통 불안한 일이 아니다. 범행 동기가 불투명하고, 대상도 무차별적이어서 예방이나 대비는 더 어렵다. 문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런 부류의 반사회적 범죄가 갈수록 는다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발적 동기에 의한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살인·상해 등 중범죄의 비율은 무려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묻지마 범죄'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 통계, 예방책 등은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건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뾰족한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이코패스를 찾아내 관리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데다 순찰·방범 활동 강화와 같은 치안 대책 역시 '묻지마 범죄'의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사이코패스 범죄로 분류할지도 수사 결과를 보고 좀 더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묻지마 범죄'는 이유 없는 범죄라고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을 뿐 동기와 배경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대화에 따른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제도의 해체, 지나친 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 양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분노 등이 겹치면서 범죄 발생의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등 소통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불만을 희석할 사회 제도적 시스템까지 미비하면 사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폭발시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 들어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젊은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개별 당사자에 대한 악마화만으로 땜질하는 것은 대증요법일 뿐이다.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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