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미쳤다”...이게 맞나 싶은 요즘 날씨, 해결방법은 바다 밑바닥?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3. 7. 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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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미터에 달하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자원을 캐내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중이에요. 한쪽에선 ‘과도한 심해 자원 채굴은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반대하는데요. 다른 한쪽에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심해 채굴이 필요하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죠. 심해 채굴의 규칙을 정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여러 국가가 한데 모여 논의를 시작했대요.

호주 동부 퀸즐랜드 해안 산호초 군락. 사진=AP연합뉴스
심해에 뭐가 있길래 그래?
바닷속엔 여러 자원들이 있어요. 특히 심해 밑바닥엔 망간이나 니켈, 코발트 등이 다량으로 묻혀있다고 해요. 이들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이에요. 요즘 전기자동차는 물론 스마트폰과 로봇 등 점차 많은 기기들이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중이죠.

각 나라가 자국의 영토에 있는 자원을 캐내고 사용하는 건 자유예요. 한 나라의 통치권이 미치는 해양 지역인 영해에 있는 자원도 마찬가지죠. 또 각국은 영해의 시작점에서 최대 200해리(약 370㎞)까지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선포하고 이 구역의 각종 자원을 독점할 수 있어요.

12해리=22.2㎞, 200해리=370.4㎞
이번에 논란이 되는 구역은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제외한 나머지 바다예요. 주인이 없고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해양 지역이라는 의미로 ‘공해’라고 부르죠. 지구 전체 바다의 60% 정도는 공해라고 해요. 물론 공해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건 원칙적으로 자유예요. 어획량 규제를 지켜가며 어업활동을 하면 문제 될 것 없어요.

그런데 공해 밑바닥에 묻힌 각종 자원을 캐내는 건 금지돼 있어요. 아주 옛날에야 어차피 바다 깊은 곳의 자원을 채굴할 기술이 없었으니 금지할 필요도 없었는데요. 1960년대부터 심해 채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1994년에는 국제연합(UN)이 관할하는 국제해저기구(ISA)가 설립됐어요.

국제해저기구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상업 활동을 위한 대규모 채굴을 금지했어요. 해저 자원은 인류의 공동 자산인 만큼 특별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죠. 다만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고 ‘적당한 협약이 마련될 때까진 채굴을 하지말자’는 취지예요. 연구 목적의 시험채굴은 지금도 가능해요.

*망간 단괴 : 망간과 철, 니켈, 구리, 코발트 구리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여러 금속 성분이 포함된 광물 덩어리. 자료=그린피스 소속 캐스린 밀러 등의 2018년 논문
“바닷속 자원, 계속 이대로 놔둘 거야?”
심해 자원 채굴 논의에 불을 지핀 건 ‘나우루 공화국’이라 불리는 태평양의 한 섬나라예요. 태평양의 공해에도 해저 자원이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2021년에 나우루 공화국은 심해 채굴을 시작하겠다며 국제해저기구에 ‘심해 채굴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동안 UN 협약에 따라 공해에서의 자원 채굴은 금지돼 왔지만, UN 협약엔 ‘회원국이 채굴 의사를 밝히면 2년 안에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어요. 나우루 공화국은 올해 안에 지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심해 채굴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지난 10일부터 국제해저기구의 주요 회원국들이 모여 관련 지침의 초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달 말엔 국제해저기구 회원 168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총회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목표죠.

하지만 이달 내로 지침 내용을 확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심해 채굴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시각차가 크거든요.

찬성 : 친환경 배터리 만들려면 꼭 필요해!
심해 자원 채굴에 찬성하는 측은 환경보호를 위해 채굴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친환경 전기차 사용을 확대해야 하잖아요.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심해 채굴이 필수라는 거죠.

육지에서도 배터리 원료를 채굴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에요. 요즘 세계 곳곳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배터리 사용량을 늘리는 중이에요. 배터리 핵심 원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죠.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육지에 매장된 배터리 원료가 생각보다 빠르게 고갈되는 중이라고 말해요. 일부 원료는 수십 년 내로 사라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죠. 심해 자원을 개발해 고갈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배터리 주요 원료인 니켈의 경우 전체 육상 매장량의 3배를 웃도는 양이 심해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심해 채굴이 지상 채굴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주요 배터리 원료 중엔 열대 우림에 매장된 것들이 많거든요. 심해 밑바닥에서 채굴하면 열대 우림 파괴를 늦출 수 있다는 거죠. 또 심해에 있는 광물은 지상에 비해 품질이 높아 원료 추출 시에도 오염 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반대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반대 측에선 심해 채굴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거라고 우려해요. 심해 채굴은 로봇이 바다 밑바닥을 돌아다니면서 광물 덩어리가 묻혀 있는 바닥을 통째로 빨아들인 뒤 필요한 물질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뱉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거든요. 그야말로 바다 밑바닥을 한번 뒤집어엎는 거죠.

열대 우림도 중요하지만, 심해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생태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잖아요. 환경보호단체들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심해 생태계가 자원 채굴 한번에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해요. 30여 년 전에 광물 채굴 실험을 하느라 바다 밑바닥을 긁어 놓았던 곳이 아직도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죠.

흔히 심해 탐사는 우주 탐사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해요. 아직 밝혀진 것이 거의 없는 심해 생태계가 파괴됐을 때,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죠.

호주의 해양 과학자 토니 워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너도나도 채굴에 나설 경우, 심해 생태계는 순식간에 파괴될 것”이라며 “심해 채굴에 찬성하는 사람은 불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어요.

다들 환경 생각해서 그러는 거 맞지...?
심해 자원 채굴을 둘러싼 시각은 국가별로도 갈려요. 중국이 앞장서서 심해 광물 채굴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격렬하게 반대해요. 이들 모두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환경 보호를 이유로 들며 심해 광물 채굴에 찬성 혹은 반대하고 있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배터리의 주요 원료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돼요. 배터리 소재 생산을 핵심 산업으로 삼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심해 광물 탐사와 연구에도 가장 적극적이었어요.

심해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의 심해 탐사용 잠수함.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반면 독일과 프랑스처럼 배터리 원료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심해 채굴이 허용되면 중국의 입김이 더욱 세질 거란 우려를 해요. 이들 국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원료의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심해 채굴이 본격화하면 우리나라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국은 20여 년 전부터 심해 탐사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거든요. 심해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류와 지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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