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후보지 답사, 천공 아닌 다른 풍수학자" KBS 보도 파장
"민간인 백재권씨, 어떤 경위로 답사 참여했는지 규명돼야"
민주당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 터졌을 때 왜 숨겼나"
국민의힘 "대통령 부부에 대한 도 넘은 선전 선동 밝혀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후보지를 둘러봤다는 의혹과 관련, KBS가 21일 “경찰이 지난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건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씨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고 단독 보도했다. 백씨는 풍수지리가이자 관상가다. KBS 보도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날 메인뉴스에서 “경찰은 당시 공관에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들도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은 백 씨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백 씨에게 몇 달간 여러 차례에 걸쳐 관저 선정에 관여했는지 물었지만,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최근에는 취재진을 피했다”고 전했다. 백 씨와 함께 공관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당시 청와대 이전 TF팀장)도 백 씨가 동행한 경위를 묻는 KBS 질의에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KBS는 “백 씨는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후보의 조상 묘가 명당이라 '큰 권력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기명 칼럼을 통해 용산구가 명당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뒤 “SNS를 통해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7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부부를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경찰은 이르면 이달 중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인데, 백 씨를 직접 조사할 지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2022년 3월 한 달 치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한 뒤 천공은 없다고 중간 발표한 바 있다. KBS는 “경찰은 일단 백 씨를 천공으로 착각해 잘못 보고한 군 관계자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며 “두 사람이 꼭 닮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관 방문 당시에는 마스크를 썼던 것으로 알려져 수염을 보고 착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인 백 씨가 어떤 경위로 관저 후보지 답사에 참여했고, 자문료를 지급했는지 등도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보도에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2일 “풍수지리가로 알려진 백재권 씨가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라며 KBS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느냐, 대통령실은 왜 지금 침묵하고 있느냐”며 “대통령실도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에 감추려 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국민의힘은 야당이 풍수지리가에게 무속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강변하니 기가 막힌다. 국가 인사에 관상가를 부르고 국가 행사의 택일에 사주명리가를 부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뭐라고 변명하고 물타기 해도 대통령 관저 선정에 풍수지리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 주장과 달리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던 이는 역술인이 아닌 풍수지리학 전문가인 백재권 교수였음이 밝혀졌다”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도 넘은 선전 선동을 해왔던 민주당이 거짓 선동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선동을 그칠 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금세 말을 바꿔 조선시대 왕실 터를 정하듯 풍수가가 대통령 관저를 정했다며 또다시 근거 없는 맹공을 퍼붓고 있다”며 “백 교수는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백씨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뿐 아니라, 이재명 부부와도 만나 풍수지리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고 한 뒤 “민주당의 계속되는 대통령 부부를 향한 저주성 선전 선동 공세는 사실상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는 '대선 불복 선언'과 다름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민은 민생은 팽개친 채 선전 선동만 일삼는 민주당의 실체를 꿰뚫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해당 사건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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