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한국 브랜드를 베껴라”…해외에서 ‘K-브랜드’ 무단 선점 잇따라
화장품·전자제품·옷 등 한국 브랜드(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브랜드를 무단 선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만든 정품이 ‘위조상품’으로 몰려 상표분쟁에 휘말리는 등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특허청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과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국내 기업의 상표가 무단 선점당한 상황을 모니터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시장에서 국내 상표를 무단 선점해 피해를 본 사례는 총 3923건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249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인도네시아(982건), 태국(680건), 베트남(433건) 등의 순이었다.
상표 무단 선점으로 피해가 가장 많은 업종은 화장품(734건, 18.7%)이었다. 이어 전자기기 (600건, 15.3%), 의류 (593건, 15.1%), 프랜차이즈 (516건, 13.2%), 식품 (297건, 7.6%), 의료·제약 (262건, 6.7%), 완구·엔터테인먼트 (195건, 5.0%), 기계·장치 (186건, 4.7%), 건축·인테리어 (164건, 4.2%) 등이었다.
국내 상표의 무단 선점 유형을 보면, 원래 K브랜드 상표와 동일한 업종에서 동일한 상표를 가져다 쓴 경우가 69.5%로 가장 많았다. 같은 업종에서 유사 상표를 출원해 선점한 사례도 12.8%로 나타났다. 업종이 다른 데도 K브랜드와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선점한 경우도 17.6%나 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원래 상표와 다른 업종에서까지 국내 상표를 무단 선점하는 것은 한국 상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K브랜드에 편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규모별 피해는 상표 등 지식재산권 분야의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이 81.8%로 가장 컸다. 이어 중견기업(9.4%), 대기업(8.2%) 순이었다.
K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 무단 선점 당하는 경우 한국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특허청은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한 정품이 오히려 위조상품으로 몰려 수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거나 해외 시장 진출 시기가 늦어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덕원 특허청 산업재산분쟁대응과장은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서 상표 무단선점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각 국가에서 미리 상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무단선점 빈발 업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등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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