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가계대출 늘어···고민 깊어진 한은

최희진 기자 2023. 7. 23. 12: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의 한 은행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 중이고 대출 금리가 반등했는데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둔화, 금융 불안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도 쉽지 않아, 다음 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3246억원 불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 감소 전환해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다, 지난 5월 증가로 전환한 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제공

눈에 띄는 점은 은행 대출 금리가 최근 오르는데도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달 23일 최저 연 4.23%에서 이달 21일 최저 4.35%로 올랐다. 은행권이 자금 조달을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은행권에선 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원인이 부동산 시장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반등하고 주택 거래가 되살아나자 매수 기회를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3주(지난 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전주 0.00% 보합이었던 전국 아파트값은 0.02% 오르며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4주 이후 9주째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낮진 않지만 올해 초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선 낮은 편이고, 집값도 내릴 만큼 내렸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상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일부 풀어준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만 해도 가계대출 증가에 관한 판단을 유보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방 가계대출이 늘거나 부동산이 오르거나 할 상황은 아니고, 좀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엔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라며 “만약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다음 달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4연속 동결했던 기준금리(3.5%)의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금리를 더 올렸다가 경기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당장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정책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이때문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범정부 회의체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라며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