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석학 앤드류 응 "AGI, 30~50년 걸려···한국AI 미래 밝아"
(지디넷코리아=방은주 기자)인공지능(AI) 분야 세계적 석학이자 벤처투자자인 앤드류 응(Andrew Ng) 미국 스탠퍼드대 겸임교수가 방한해 2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국내 AI 연구자와 학자, 스타트업 종사자들과 대담을 했다.
응 교수는 AI 대명사인 머신러닝(ML) 창시자로 불린다. 또 세계적 온라인 학습플랫폼인 코세라를 만들어 직접 강연자로 나서 큰 인기를 끌며 머신러닝을 대중화했다. 세계 최고 컴퓨터 상인 '튜링 상'을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튼, 얀 르쿤, 요수아 벤지오 교수 등 3인과 함께 AI 분야 4대 석학으로 꼽힌다. 구글 AI조직을 세팅했고, 중국 바이두에서 최고과학자로 활동하며 바이두의 AI기술 향상에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초기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회사 'AI펀드'의 사장(매니징 제너럴 파트너)이자 제조 분야 AI스타트업(랜딩AI)의 설립자 겸 CEO이기도 하다.
이날 응 교수 강연에는 1500명 신청자 중 뽑힌 500여명이 현장에 참석했다. 강연과 대담에서 응 교수는 오래전부터 본인이 강조해온 "AI는 전기와 같다"는 말을 다시 들려주며 AI의 유용성과 AI가 '기회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또 AI가 사람처럼 똑똑해지는 '일반인공지능(AGI)'에 대해서는 "30~50년이나 더 걸릴 수도 있다"며 소위 '슈퍼인텔리전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한국의 AI가 밝다고 강조한 그는 본인이 창업해 이끌고 있는 AI펀드 회사의 운용규모는 1억7000 만달러(약 2200억 원)라고 공개했다. 이외에 챗GPT 이후 화두로 부상한 생성AI 기술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며 "3년간 두 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유용한 범용기술인 AI를 다른 분야에 많이 확산해 한다면서 협력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I는 일부만 똑똑하고 하드 테이크 오프 없어"
응 교수는 AI가 범용기술로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유용한 기술이라고 진단했다. AI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60년이 넘는데 그동안 기술 발전과 투자가 위축하는 두 번의 '겨울'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AI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제 3의 겨울'도 운운한다.
이날 응 교수는 "자신있게 말한다. AI는 한때 유행이 아니다. 영원한 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AI의 미래가 밝다고 내다봤다. AGI에 대해서는 "정의를 잘 내려야 한다"고 전제하며 "적어도 30~50년이나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담 사회자(황민영 셀렉스타 부사장)가 "AGI가 10년후면 달성할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왜 교수님은 30~50년이냐"고 묻자 그는 "사람과 같은 AI는 '트랜스포머(챗GPT의 근간이 된 기술이며 현재 가장 핫한 AI기술로 구글이 개발)'로는 안된다. 아예 새로운 게 나와야 한다"면서 "AI는 일부만 똑똑하다. 사람이 학습하는 것과 다르다. 사람 학습과 디지털 학습은 달리 봐야 하며,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는 AI가 아니라 유스케이스(활용 사례)를 찾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기술은 차근차근 개발된다면서 "갑자기 확 점프하는 하드 테이크 오프(hard take off)는 없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인류를 멸망케 할 수도 있지만 이를 막을, 안전 장치(세이프 가드)를 마련할 시간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응 교수는 20일 열린 서울대 강연에서도 AI가 사람 지능과 같거나 뛰어넘어 사람을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소위 '슈퍼인텔리전스'에 대해서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고 부정 입장을 보였다.
■ 응 교수는 6년차 벤처CEO이자 5년차 투자자..."창업 아이디어 구체적이여야"
응 교수는 6년차 벤처기업 CEO이자 5년차 스타트업투자자이기도 하다. 2017년 비전분야 제조AI기업인 랜딩닷AI(Landing.ai.)를 설립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인큐베이터 회사인 AI펀드를 만들어 사장(매니징 제너럴 파트너)을 맡고 있다. 이 회사 COO는 로펌 펜윅&웨스트 출신 에바 왕(Eva Wang)이며 소프트뱅크그룹과 세계적 사모펀드 인 세쿼와캐피털(Sequoia Capital) 등 지원하고 있다.
응 교수는 이날 자신이 설립한 'AI펀드' 회사가 1억7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투자처도 일부 공개했다. 연료 소비를 효율화하는 베어링닷AI(BEARING.ai)와 AI 연애코칭 애플리케이션 '아모라이(AMORAI)', 디지털 헬스케어 '워봇 헬스(Woebot Health)', 교육 스타트업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6단계 창업과정(아이디어->유용성 검증->CEO 선임(리쿠르트)->CEO 빌드->프리시드->시드)을 설명하며 특히 아이디어가 구체적(Concrete)이여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 아이디어의 중요 요소로 유효성과 실행하기 위한 명확한 방향, 적합한 전문가 확보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한국이 열심히 하는 걸 봤고 한국AI의 미래가 밝다"면서 "한국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 지금 공개 약속은 못하지만, 한국 파트너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기업과 협업하거나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그는 20일 카카오가 판교에서 개최한 임직원과의 좌담회에서 "카카오가 고민중인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들어보니 흥미로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네이버에 따르면, 같은 날 판교 소재 네이버1784에서 이뤄진 이 회사 임직원과의 좌담회에서도 응 교수는 "글로벌 수준 AI 연구 역량과 하이퍼클로바X가 인상깊었다. AI 생태계 확장에 대해 협력할 것이 많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1784 투어를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테스트베드로서 뛰어난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뜻깊었다. 향후 지속적 논의를 통해 협력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AI기술엔 어떤 생각을?...할루네이션과 블랙박스 문제 해결에 긍정적
20일 행한 서울대 강연에 이어 응 교수는 이날도 챗GPT같은 생성AI보다 AI의 3대 원천 기술(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중 하나인 지도학습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도학습의 시장규모가 현재 가장 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도학습이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완료가 안됐으며 더 많은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그는 "생성AI는 이제 초기 단계로 단기적으로 봤을때 한계가 있다. 텍스트나 그림은 잘된다. 하지만 많은 정형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정형 데이터가 더 많다.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배워 쓸지는 다른 문제"라면서 "구체적이고 더 많은 활용 사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성장률에 있어서는 생성AI가 향후 3년내 두 배로 성장하며 가장 빨리 성장하는 AI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도학습으로 AI모델을 만들려면 6~12개월이 걸려야 하지만 프롬프트 기반 AI는 몇시간에서 며칠이면 가능하다면서 프롬프트 기반 AI를 강조했다.
현재 AI의 기술상 두 고민인 '할루네이션(그럴듯한 거짓말)'과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도 의견을 밝혔다. 할루네이션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에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해결 할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또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AI의 '블랙박스'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며 "AI솔루션 도입시 100%는 아니지만 기술 설명을 통해 (의사에게서) 95% 정도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유용한 AI기술 확산위해 더 많이 협력하고 네트워킹 형성해야"
일자리 대체 등 AI가 가진 위험성과 함께 유용성을 설명한 그는 유용성에 더 방점을 두고 강연과 대담을 했다. AI는 전기와 같은 유용한 범용 기술로 산업 등에 더 많이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유용성을 실증할 수 있는 확실한 '유스 케이스'를 보다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로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결국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해 매출과 수익이 감소한 회사(렌자)를 예로 들며 특히 유스 케이스를 강조했다.
또 좋은 기술인 AI를 더 광범히하게 퍼트리려면 협력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AI분야에 종사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AI분야 내 철학은 AI가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 더 많이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걸 통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내가 만든 코세라가 그 예다. 실리콘벨리 강점은 커뮤니티 정신"이라고 밝혔다.
AI가 처음엔 생산직 일자리만 위협했지만 생성AI 등장으로 고임금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시민으로서 책무가 있다. 기회의 기술인 AI로 사람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한다"고 당부하며 "책임있는 AI를 위해 나와 우리 팀은 인류를 진전시키는 일에만 적용한다. 윤리 등의 문제가 있으면 AI 프로젝트를 킬 시킨다"고 들려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AI석학이자 스타트업 CEO이자 벤처투자자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데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럽고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지디넷코리아 기자 질문에는 "팀이 좋아서 기업에서도 학교에서도 일하고 있다. AI랩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스탠포드에서도 강의도 하고 있다"면서 "스탠포드가 나에게 잘해주고 있어 다른 일을 하는게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KBS 별관 행사에는 응 교수 외에 데이터전문 스타트업 셀렉트스타의 김세엽 대표도 기조강연을 했고 응 교수가 참석한 대담에는 KAIST 오혜연 교수, 박이안 한국투자공사(KIC) 샌프란시스코 벤처심사역, 황민영 셀렉트스타 공동창업자겸 부대표(사회)가 참여했다.
김세엽 셀렉트스타 대표는 응 교수가 주창한 데이터 중심 AI를 강조하며 AI 서비스 성능을 좌우하는 것으로 데이터 기획부터 모델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생태계로 형성한 자사의 '플라이휠'을 소개했다.
대담에서는 국내 AI 스타트업 투자와 글로벌 진출 전략, 생성형 AI 동향과 전망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이 이뤄졌는데 오 교수가 앤드류 응 교수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하다면서 "챗GPT가 응을 복제 할 수 있나? 앤드류 응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냐?"며 교육 혁신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하냐고 물었고, 이에 응 교수는 "개인화한 튜터(선생님)를 핸드폰에 넣을 수 있다. 코세라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완전하지 않지만 코세라에서는 챗봇이 답을 해준다"면서 "우리가 교육에서 할일이 많이 있다. 교육에 있어 변혁이 몇번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잘 가르치는 튜터가 있으면 좋겠다(웃음)"고 답했다.
당초 참석하려던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제우편물 독극물 테러 위협 대응 상황을 점검하느라 불참했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허성욱 원장이 축사를 했다.
방은주 기자(ejbang@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앤드류 응 "네이버 AI 연구 역량·하이퍼클로바X 놀라워...협력 희망"
- 카카오, '앤드류 응' 교수 초청 좌담회..."AI, 더 많은 기회 제공할 것"
- 앤드류 응 "AI=슈퍼지능 비현실적···문제해결엔 많은 역할"
- [방은주의 AI 이야기] 'AI 스승' 앤드류 응 한국 온다…"고교때 신경망 접해"
- K-배터리, 트럼프 'IRA 세액공제 폐지'에 촉각
- 트럼프 2기 대비 나선 현대차그룹, 무뇨스·성김 美 전문가 전면에
- '9만 비트코인', 하루만에 8만8천 달러 붕괴…왜?
- 주52시간 예외·직접 보조금...韓·日, 반도체법 재추진
- SK 계열사 또 줄었다...리밸런싱 탄력
- "구글·메타·카카오 줄줄이 소송"…개인정보위, 내년 초 전담팀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