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무 것도 몰랐다” 바그너 용병이 밝힌 ‘반란 그날’
러시아 민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킨지 1달이 지난 가운데, 한 바그너 용병이 “그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며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22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글랩’이라는 가명을 쓴 바그너 하급 사령관은 최근 BBC러시아판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글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바그너 그룹에 속해있었다고 했다. 그는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전장에 투입됐었으며, 반란 당시에는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 지역의 막사에 있었다고 밝혔다.
반란이 일어났던 지난달 23일 아침, 글랩은 사령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사령관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다른 바그너 병사들의 대열에 합류하라”라며 “종대를 만들어 이동할테니 어서 움직여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글랩은 이 지시에 따라 이동 중이던 병사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어디로 향하는지 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최전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몹시 놀랐다고 한다.
글랩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로 이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제지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수비대는 한 명도 보지 못했고, 중간에 마주친 교통경찰은 우리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로스토프에 도착한 뒤 “모든 법 집행기관 건물을 포위하고, 군용 공항을 점령하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글랩이 속한 부대는 연방보안국의 지역 사무소를 점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해당 사무소에는 두 명의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들은 밖으로 나와 “거래를 하자”며 제안했다고 한다. 글랩은 직원들과 합의해 서로를 내버려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글랩은 이 과정에서 어떤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단서도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글랩은 다음날인 24일 저녁 상급자로부터 “루한스크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이때도 자세한 상황을 몰랐던 글랩은 이동 도중 길거리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뉴스에서는 프리고진이 반란을 하루 만에 중단했으며, 그가 벨라루스로 망명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글랩의 부대는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루한스크 기지에 머물라는 지시를 받았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글랩은 바그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글랩은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짧은 답을 내놨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바그너그룹 용병 다수는 현재 벨라루스로 이동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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