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참여' 바그너 하급 지휘관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최인영 2023. 7. 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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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끈 무장 반란에 참여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간) '글레프'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바그너그룹 하급 지휘관이 무장 반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글레프와 동료들은 루한스크로 돌아가는 길에 텔레그램을 통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고발이 취소됐고 바그너 용병들에게도 반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뉴스를 읽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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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터뷰…"텔레그램 보고 상황 파악"
"국경수비대 안보여…서로 내버려두기로 합의하기도"
반란 일으킨 바그너그룹 탱크 앞에서 사진 찍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지난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끈 무장 반란에 참여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간) '글레프'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바그너그룹 하급 지휘관이 무장 반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격전지인 바흐무트 전투에 참여했었다는 글레프는 지난달 23일 프리고진의 반란이 시작했을 때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의 병영에서 동료들과 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와 동료들은 그날 이른 아침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행렬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글레프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 용병들이 이동하는 길에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국경을 건너 로스토프 지역에 들어갔을 때도 국경수비대는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교통경찰은 용병들에게 경례를 하기도 했다.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접근했을 때 용병들은 모든 사법기관 건물을 포위하고 군 공항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글레프가 속한 부대에는 연방보안국(FSB) 지역 사무소를 장악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글레프의 부대는 드론을 날려 잠겨 있던 건물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고, 약 30분 뒤 건물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와 "협상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글레프는 "우리는 서로를 내버려 두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때때로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른 정부 건물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건물에서 이동할 수 없었지만 음식을 든 배달부는 드나들 수 있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과 탱크 앞을 무심히 지나가는 시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사이 프리고진은 러시아 남부 군 본부에서 유누스벡 예브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과 만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글레프는 프리고진의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당신들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텔레그램을 통해 알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러시아 시민들, 심지어 기자들이 일부 바그너 용병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글레프는 이들 용병이 지난해 바그너그룹에 대거 합류한 전과자들이라며 "아무도 그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도 안 했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바그너그룹에서 일한 용병들은 "언론과 말하는 사람은 사살될 것"이라는 지침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한 협상을 받아들여 반란을 끝내기로 했을 때도 글레프는 아무런 설명 없이 루한스크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글레프와 동료들은 루한스크로 돌아가는 길에 텔레그램을 통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고발이 취소됐고 바그너 용병들에게도 반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뉴스를 읽었다고 전했다.

왜 바그너그룹을 떠나지 않느냐는 BBC의 질문에 글레프는 "계약이 아직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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