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일상 됐는데…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이대로?

박우영 기자 2023. 7. 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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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착공…서울시 "200년 빈도 호우 견딜 수 있게 설계"
작년 동작 500년 빈도 폭우…"과거 데이터 유효하지 않아"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에서 군자교 구간에 차량 통행이 이뤄지는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지하도로의 차수 성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본격 착수한다.

'극한 호우'가 빈번해진 상황에서 도로를 포함한 지하시설 설계에 보다 높은 기준의 차수 성능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21년 서부간선도로에 이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를 추진중이다. 동부간선도로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동부·서부간선도로는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처럼 각각 중랑천, 안양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는 현재 건설 추진중인 동부간선도로와 2021년 완공된 서부간선도로가 전반적으로 200년 설계빈도(시간당 114㎜)의 강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설계빈도는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았던 강수량'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말한다. 예컨대 강우 설계빈도 200년은 '지난 200년간 가장 비가 많이 내렸을 때만큼 비가 내려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보통 시간당 약 110㎜의 강수량이 100년 빈도로 여겨진다. '극한 호우'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통상 이 '100년 빈도' 안팎에서 방재성능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빈도'를 기준으로 한 시설물 용량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실 지금 상황에서 200년 빈도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빈도라는 건 과거 경험했던 자료에 기초해 만든 수치인데 이제 과거 데이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기록상 2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양의 폭우도 근래의 호우량으로는 '1년 빈도'의 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외'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과거에 통용되던 기준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에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우'인 5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40㎜의 비가 내렸고, 강남구에는 200년 빈도(시간당 114㎜)를 뛰어넘는 시간당 116㎜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기준(1시간 50㎜와 3시간 90㎜ 동시 충족 혹은 1시간 72㎜ 강우 시)에 부합하는 비는 2015년 17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 88건, 2020년 117건, 지난해 108건으로 연평균 8.5%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서울시의 설계안에 대해 "진출입로 차수시설의 200년 빈도 기준도 다시 따져봐야 하지만 특히 배수관로 등 주변 시설 설계 용량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환경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 도로는 30~50년 빈도의 배수관을 이용해 설계됐는데, 배수관 설계 빈도가 낮으면 배수가 안 돼 물이 역류하거나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다만 "큰 비용을 들여 200년, 300년 빈도로 상향했다 그만큼 비가 안 오면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공무원들은 '최저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일률적으로 최저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동부간선도로의 진출입구 차수 시설 성능이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 빈도'와 '강우 빈도'는 전혀 다르다"며 "사실상 중랑천 강바닥에 지어진 동부간선도로는 '강우'가 아닌 200년 빈도의 '홍수'를 막을 수 있게 차수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비(내수)로 인한 침수에도 자체 설비로 대비가 됐고 인근 하천 제방이 홍수(외수) 침수도 막아줘 사고가 날 확률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부간선도로·서부간선도로는 진출입로에 200년 강우빈도 성능의 차수판을 갖췄으며 배수펌프, 집수정 등 배수시설이 설치됐다. 또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돌아가며 유사시 즉각 출입통제가 이뤄진다.

이와 함께 중랑천과 안양천도 '하천 설계기준'이 200년 빈도로 높은 편이어서 홍수 확률이 적다고 시는 설명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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