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사망에 '단독' 달고 일기장·사적 면모 들춰도 되나

김예리 기자 2023. 7. 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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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숨진 뒤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으로 괴로워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단독' 문패를 달고 고인의 사적인 면을 강조한 보도가 등장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고인의 고통이 사건의 장소인 학교 및 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를 외면한 뉴데일리의 보도는 매우 부적절하며, 오히려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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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20일 '단독' 문패 달고 입수 경위 없이 일기장·사생활 언급 보도
고인측 "죽음이 개인적 일로 치부되는 것 우려" 언론인권센터 "강한 유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열린 전교조 긴급추모행동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7.22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숨진 뒤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으로 괴로워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단독' 문패를 달고 고인의 사적인 면을 강조한 보도가 등장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뉴데일리는 20일 '단독' 문패를 달고 <서초구 초등교사 일기장 내용 입수…2월에도 극단 선택 시도 정황>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교사 A씨의 일기장을 '입수'했다며 이를 근거로 A씨가 평소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남자친구와 관계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했다고 했다.

뉴데일리는 “(A씨가) 업무 스트레스와 연인관계 등으로 우울증을 앓아왔고 병원 치료까지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일기장을 '단독 입수'했다고 밝히면서도 일기 내용을 접한 경위와 보도에 유가족의 허락을 받았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인의 외삼촌은 같은 날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유족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인 일로 치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족 대표로 참석한 외삼촌 B씨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적인 공간인 학교에서 이뤄진 것을 다른 문제로 치부하면 현장의 근본 문제 해결도 안 된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러면서 “1학년은 손이 많이 가고 학부모도 많이 찾아오고 민원이 많을 텐데 새내기 교사에게 맡겼다는 것 자체가 갑질 내지는 업무 스트레스에 내던져졌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숨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의 유가족과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이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교육청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교사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는 22일 성명을 내고 “구조적 문제를 벗어나 고인의 사적 측면만을 부각하는 언론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언론인권센터는 20일 뉴데일리 기사를 두고 “고인이 평소에 '심한 스트레스와 연인관계' 등으로 우울감을 표시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언급했다”며 “어떻게 고인의 일기장을 입수할 수 있었는지, 유가족의 허락을 받은 보도인지, 고인의 정신과 치료 기록은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보도가 “고인의 사생활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은 물론 자살보도윤리강령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윤리강령은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된다”며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근거에 기반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고려 없는 이와 같은 기사는 과연 그렇게 비판받던 'SNS로 퍼진 가짜 뉴스'와 얼마나 다른가”라고 물은 뒤 “(기사가) 오로지 개인의 사적인 고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 역시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고인의 고통이 사건의 장소인 학교 및 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를 외면한 뉴데일리의 보도는 매우 부적절하며, 오히려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이 이번 사건에 대해 심층적인 취재와 분석을 통해 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보도를 하기 바라며, 고인과 유족에게 피해를 주는 행태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고 밝혔다.

▲숨진 서초구 초등교사 A씨를 추모하는 온라인 추모 메시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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