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된 덕에 기술 배웠다’…미 플로리다주 ‘역사 세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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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좌파의 위선'에 맞선다며 벌이는 '문화 전쟁'이 급기야 노예제의 '장점'을 가르치자는 지경까지 이르면서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유타주에서 유세하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플로리다주에 와서 재잘거리고 선동을 하고 있다"며, 이번 지침은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탄탄한 흑인 역사 교육 지침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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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된 덕에 기술을 배워 삶에 도움이 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좌파의 위선’에 맞선다며 벌이는 ‘문화 전쟁’이 급기야 노예제의 ‘장점’을 가르치자는 지경까지 이르면서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는 지난 19일 내놓은 중학교 교과 과정 지침에서 흑인 역사를 다룰 때 “일부 사례들에서 노예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가르쳐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플로리다주 등 남부의 흑인 노예제가 노예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지침이다.
이런 지침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주도한 ‘스톱 워크(WOKE)법’과 궤를 같이 한다. ‘워크’는 구어로 ‘깨어 있다’는 뜻으로, 인종차별 등 차별에 대해 적극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뜻한다. ‘워크 문화’를 타도 대상으로 보는 이 법은 학교와 직장에서 성·인종·종교·출신국에 따른 차별의 역사를 가르침으로써 학생 등이 죄책감을 갖도록 세뇌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초등학교에서 성정체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디샌티스 주지사의 ‘반 워크’ 정책은 전국적 논란의 대상이 됐다.
노예제 ‘역사 세탁’ 시도에 주 교육협회, 교사들, 역사학자들이 반발하는 입장을 내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흑인 거주 지역에 있는 유서 깊은 흑인 극장에서 강도 높은 비판 연설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극단주의자, 소위 지도자들”이 “아이들한테 거짓 선전을 강요하려고 한다”며 디샌티스 주지사 등을 겨냥했다. 그는 “잔학 행위가 한창일 때 인간성이 그런 식으로 말살당하는데 어떻게 유용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거냐”며 “이(역사 왜곡)는 플로리다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어젠다”라고 했다.
미국 부통령이 주정부 차원의 정책이나 지침이 나오자마자 전용기를 타고 가 반박 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의 지방 일정은 최소 며칠 전에 짜는데 이번에는 그의 지시로 몇 시간 만에 준비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디샌티스 주지사의 극우적 행보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다시 부통령직을 노리는 입장에서 공화당 쪽의 ‘문화 전쟁’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흑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유타주에서 유세하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플로리다주에 와서 재잘거리고 선동을 하고 있다”며, 이번 지침은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탄탄한 흑인 역사 교육 지침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는 자신은 지침 작성에 간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주 교육위는 아마 일부는 (노예 해방 이후) 결국 대장장이로 성공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모두 사실에 근거를 둔 지침”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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