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더 마에스트로’, 눈으로 보는 음악과 귀로 듣는 영화의 탄생[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누구나의 마음 속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 저장돼있다. ‘황야의 무법자’(1966) 초반부를 장악하는 휘파람 소리는 관객을 거친 서부의 세계로 단숨에 빨아들인다. ‘석양의 무법자’(1969)에서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비장한 선율은 총잡이들의 한판 승부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 흐르는 데보라의 테마는 우리를 아련한 추억으로 데려간다. ‘미션’(1986)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넬라 판타지아는 신비하면서도 웅장한 선율로 감싼다. ‘시네마 천국’(1990)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키스신을 어루만지는 음악은 한마디로 ‘전율’이다.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베스트 오퍼’ 등에서 모리꼬네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엔니오: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음악의 전설에 바치는 가슴 뜨거운 헌사이자 내밀한 생의 기록이다. 이 영화는 “그의 음악은 불가사의하다”로 시작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모리꼬네는 열정적이고 천재적인 창의력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곡을 만들었다. 트럼펫 연주자로 생계를 유지했던 어린 시절부터 영화음악에 입문한 이래 순수음악가들에게 받았던 멸시를 인내하는 과정을 지나 오직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거장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인생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혹자는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듣기위해 극장에 갔다가 인생을 공부하고 나온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렇다. 그는 순수음악계의 스승과 동료들에게 무시를 당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또한 실험적이었고, 혁신적이었으며, 모험적이었다. 언제나 신인감독들과 작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그를 “심리학자”라고 말할 정도로, 모리꼬네는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조율을 해가며 완성도 높은 작품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카데미가 수 차례 외면했을 때도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결국 아카데미는 공로상에 이어 음악상(‘헤이트풀8’)을 수여하며 거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유명 영화음악가와 아티스트들이 모리꼬네에게 바치는 찬사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그때도 새로웠고 지금 들어도 새롭다”(클린트 이스트우드), “나한테는 위대한 음악적 지침이다”(팻 메스니), “엔니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다”(한스 짐머),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퀸시 존스),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다”(왕가위) 등의 극찬은 모리꼬네의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 증언한다. ‘헤이트풀8’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의 음악은 눈에 보인다”고 평했다. 모리꼬네의 사운드트랙은 눈으로 보는 음악인 동시에 귀로 듣는 영화이다. 그리고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청각적 전율이다.
[사진 =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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