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 추억 환기 ‘바비’…볼거리는 합격, 오점은 ‘켄’[SS무비]

[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바비는 하나의 문화였다. 1950년대 아기 인형을 가지고 ‘엄마’ 놀이에만 치중했던 소녀에게 금발에 파란 눈, ‘34-24-36’의 완벽한 몸매를 가진 인형 ‘바비’의 등장은 혁신이었다.

미국 마텔사에서 파생된 바비는 일본의 ‘리카짱’, 한국의 ‘미미’ 등 수많은 아류작과 함께 여아들의 유년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지나친 여성의 성상품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

어린 시절 한번쯤 바비 인형을 갖고 놀아본 이라면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는 유년시절의 상상을 스크린에 펼쳐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영화 ‘레이디 버드’(2018), ‘작은 아씨들’(2020)을 통해 여성서사를 섬세하게 풀어놓은 그레타 거윅 감독과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할리퀸으로 사랑받은 마고 로비는 ‘바비’를 통해 탄탄한 페미니즘 서사를 펼친다.

영화는 바비들과 켄, 그리고 앨렌이 함께 사는 바비랜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마고 로비가 연기하는 ‘전형적인 바비’다. 마텔사가 초창기 내놓은 완벽한 몸매의 금발머리 바비다.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대통령 바비, 의사 바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바비, 트랜스 젠더 바비, 장애인 바비 등 각양각색의 바비들과 함께 아무 걱정없이 살아간다. 이 세계에서 바비의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 분)은 조연일 뿐이다.

그러던 중 전형적인 바비는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낀다. 하이힐에 맞춰진 발이 평평해지고 입 냄새도 나며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까지 생겼다.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 분)를 찾아 치료법을 물은 전형적인 바비는 자신을 가지고 놀던 현실세계의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남자친구 켄과 함께 인간세계로 떠난다.

현실 세계에서 바비와 켄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지금까지 여성 인권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 바비는 추파를 가장한 성추행, 남성 고위임원만 포진한 완구회사 마텔(바비 제작사)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상가상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사샤(아리아나 그린블랫 분)로부터 여성의 성 상품화, 페미니즘을 50년 후퇴하게 한 주범, 파시스트라는 말까지 들으며 큰 상처를 입는다.

반면, 켄은 물 만난 물고기다. 현실사회의 가부장제를 배운 켄은 정치, 경제를 꽉잡은 남성 일원으로 대접받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바비랜드로 돌아온 켄은 다른 켄들에게 ‘가부장제’를 전하며 바비랜드를 켄덤(켄+‘왕국’(Kingdom))으로 바꾸려한다. 바비들 역시 가스라이팅 당한 듯 켄들을 떠받는다.

전형적인 바비는 현실에서 만난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와 함께 바비랜드로 돌아가 이곳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 한다.

영화는 여성에 대한 모순 어린 시선을 타개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바비인형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시선을 사로잡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의 테마곡이 나올 때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메가 히트작 ‘라라랜드’(LA LA LAND)를 떠올리게 된다. 잘 만든 영화의 아쉬운 오점이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