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싸게 가서 좋긴 한데”...역대급 엔저의 딜레마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그러나 1월 말 이후 엔화는 다시 1달러당 130엔대로 하락하고 5월까지 130대를 유지하다가 6월 들어서는 다시 1달러당 140엔대로 하락하고 6월 말에서 7월 초 기준으로 144엔 수준으로 하락, 7월 11일 기준으로 141엔을 기록하고 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와인의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률(2023년 5월 기준, 전년동월비)은 23%, 치즈 11.3%, 파스타면 22.8% 등을 기록하고 있다(田村峻久•佐藤俊簡•杉山麻衣子, 円, 沈む対外購買力 過去最低圏, 金融緩和維持で値上げ広がり食卓に負担, 日本經濟新聞, 2023.6.26.). 스위스 고급시계, 외제 수입차 등의 가격 상승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전반적인 달러화 강세 현상 속에서 엔저가 진행되었으나 최근의 경우 엔화가 한국 원화를 포함해서 각국 통화에 대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재 수입이 많은 유럽산 제품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가 크게 실감할 정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각국 통화에 대한 엔화의 구매력을 무역규모로 가중 평균하여 산출하는 실질시효환율을 보면 일본 엔화는 2023년 5월 기준으로 76.2에 그쳐, 1995년 4월의 193.97 대비로 60.7%나 하락한 셈이다. 지난 5월의 실질실효환율은 1970년 1월의 75.02에 근접한 수준이며, 일본 엔화의 구매력이 5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며, 일본경제력의 약화를 반영한 측면도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 금액이 증대한 반면,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이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다만, 해외에 구축된 일본기업의 방대한 제조, 서비스 자회사 등이 수익을 창출해 본원소득수지가 35조 5,591억엔의 흑자를 기록해 일본의 2022 회계연도 경상수지는 9조 2,256억엔의 흑자가 되었다.
다만,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2023 회계연도에는 전년비로 감소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속보치)는 전년비로 54.9%나 감소한 데 이어 5월에도 35.3%의 감소세를 보였다. 유가와 함께 천연가스나 소맥 등 식량 가격의 안정세 등이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
무역수지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약세 압력은 금년도에는 작년에 비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의 전반적인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엔저나 일본정부의 기업투자 유치 정책, 반도체 산업의 부활전략, 디지털 혁신 및 그린 이노베이션 정책 등이 중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가 3%대로 상승하면서 이러한 저금리는 과거의 디플레이션 시대와 달리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의 마이너스화가 초래되었다. 일본의 예금자로서는 자신의 저축이 연율 -3% 이상의 속도로 계속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동안 초저금리에도 일본 자산에만 투자하는 성향이 강했던 고령의 일본인 등은 자신의 예금자산을 쉽게 해외로 도피하지 않겠지만 과거와 달리 물가 상승세가 확실해져 실질 자산 가치의 하락세가 분명해지면서 일정한 영향이 발생하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사실, 일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성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초금융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 지속 및 가속화 효과의 향방은 일본은행이 언제 금융정책을 변경할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4월에 새롭게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씨는 원래 시장금리마저 중앙은행이 통제하여 금융시장의 구조를 왜곡하는 YCC에 부정적이었으나 금융완화 정책의 변경은 신중하게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지난 4월에 일본은행은 5년간 유지해 왔던 금융정책운영 발표문에서의 정책금리의 Foreword Guidance(시장의 기대 방향을 유도)를 삭제했다. 일본은행의 강한 금융완화 정책 의지의 표명이 이제 부담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융정책의 변화를 예측한 시장거래의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그동안의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 등의 검토 작업을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실시하겠다고 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것이 1년 동안 금리를 인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에다 총재의 신중한 자세가 조기 금리인상을 기대했던 투자가의 실망을 초래해 엔저가 가속화된 측면은 있다. 다만, 작년의 엔저 가속화 기간처럼 시장에서 금리상승을 고려하면서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투기 압력은 현재 완화되고 있어서 일본은행으로서는 보다 느긋하게 금융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에다 총재는 지난 6월 28일에 2024년도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을 확신할 수 있으면 ‘정책 변경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직, 수입물가의 상승이 멈추게 되고 2023년 말에 물가가 하락한 후 다시 물가상승 기조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령자 비중이 많은 일본에서는 임금인상의 혜택이 거의 없는 소비자도 큰 비중을 차지해 임금-물가의 선순환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정책에 실기한 것처럼,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어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게 되고 일본인 예금자의 해외자산 도피도 심화되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행으로서는 도박을 하기보다 금리인상 정책의 부작용, 금리의 동반 상승 압력이 크지 않는 시점에서 금융정책을 지속적으로 미조정 하면서 금리의 급격한 변동을 피하고 제로 및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고 비정상적인 금리체계에 따른 디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조장 효과도 억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본의 각 연구기관들 중에는 오는 7월 28일의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에서 YCC 정책의 일부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보는 곳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의 유럽 글로벌 마켓 리서치 책임자인 델렉 헬퍼니씨는 Bloomberg와 인터뷰(2023.7.8.)에서 일본은행이 7월의 정책회의에서 YCC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으며, 엔화는 서서히 강세를 보여 9월 말에는 1달러당 136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엔화 환율은 일본인 예금자 등의 해외자산 매입 확대 추세가 어느 정도 가속화될 것인지 등의 구조적인 불확실성은 있으나 일본 무역수지 적자의 감소세, 초금융완화 정책의 단계적인 수정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역사적인 엔저 수준을 넘어서 엔저가 더 과열되는 현상은 장기화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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