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스마트폰 못 놓는 당신, SNS 중독이신가요? [미라클레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가 돌아올까요.
스레드 가입자가 출시 나흘만에 1억명을 돌파했습니다. 모처럼 등장한 새로운 소셜미디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번 레터에서 ‘트위터가 스레드에 소송을 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을 다뤘는데요, 이후 실제로 트위터가 저커버스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고 해요.
앞으로 몇 달 간은 스레드를 비롯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SNS는 재미있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고, 누군가 만든 ‘밈’에 낄낄 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스레드의 등장으로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SNS에 쏟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SNS가 우리에게 좋은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에요. 부정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SNS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으신 분들을 위해, 이번 레터에서는 SNS가 우리에게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에 대한 연구를 소개해 드리려 해요. 뭐든지 과하면 좋은 게 없습니다.
SNS에 올라온 셀럽들의 사진이나 글을 보면서, 가까운 친구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들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는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글로 설명할 수 없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SNS에는 정제되고 예쁜 사진을 올립니다. ‘있어 보이는 글’과 함께 말이예요.
몸이 좋은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들의 사진을 보다가 내 배를 보면서 한숨을 쉬며 ‘내일부터 운동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닐 거예요.
“나도 이들처럼 살고 싶다”라는 부러움이 쌓이고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기 비하와 함께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특히 젊은 세대는 더 취약하고요.
이를 보여주는 많은 연구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202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MIT 슬론 경영대학원 등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 논문을 굳이 꺼내온 이유가 있습니다.
SNS가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즉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는 많았었는데요, 이 논문은 SNS가 실제로 정신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 연구였거든요.
페이스북 상륙했더니 우울증도 늘어
연구진의 가설은 간단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이 상당히 악화됐다. 이는 SNS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SNS, 특히 페이스북의 출현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냅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하버드대학교 e메일을 갖고 있는, 하버드대 학생만 사용이 가능했어요. 이후 미국의 많은 대학으로 퍼져 나갔는데, 시기가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즉 A 대학은 2006년 10월, B 대학은 2007년 3월, 이런 식으로 대학마다 가입 시기에 차이가 있던 거죠.
이 데이터와 함께 연구진은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인 ‘NCHA(National College Health Assessment)’를 비교합니다. NCHA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정신 건강,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담겨 있었어요.
연구진이 이를 분석했더니 페이스북이 대학에 ‘입성’한 뒤 학생들의 정신 상태에서 이상이 생겼음을 확인했어요. 페이스북은 마치 쓰나미와 같았어요. 페이스북이 특정한 대학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이를 전후로 해당 대학에서 우울증이 너무 심한 학생이 7% 증가했고 ‘불안 장애’가 있다고 답한 학생은 20%가 늘었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학업 성적이 떨어진 학생은 3%가 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이유를 “페이스북이 사회적인 비교를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30~40대보다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은 SNS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12~21세의 젊은 세대 102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충격적입니다.
12세 어린이 4명 중 3명은 자신의 몸을 싫어하고 18~21세의 경우에는 10명 중 8명이 자신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인은 바로 SNS라고 해요. SNS 상에서 외모 지적을 받아 외부 활동을 중단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는 사람은 40%에 달했습니다.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 거식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수없이 발표되고 있고요.
우울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
SNS의 문제점 중 하나로 ‘알고리즘’이 뽑히기도 합니다. 즉 개인의 관심사와 관련된 게시물을 보여 주는 거죠. 이게 왜 문제일까요. 우울한 사람이, 계속해서 우울한 게시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영국에서 발생한 ‘몰리 러셀’ 사망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14세였던 러셀은 SNS를 통해 ‘자해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보고 며칠 동안 불면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러셀은 ‘핀터레스트’라는 SNS를 사용했는데, 우울증과 자해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자, 지속적으로 러셀의 피드에 관련 콘텐츠가 올라왔습니다. 핀터레스트도 “플랫폼이 안전하지 않았다. 일부 콘텐츠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어요.
2022년 9월 검시관은 “(러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에 노출됐고 이에 따라 기존에 있던 우울증이 심화됐다”고 말했어요. SNS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거예요(기사).
실제로 SNS가 청소년들의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 뉴멕시코대학 등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해, 자살을 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SNS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고 해요. SNS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청소년들이 정신적, 심리적인 고통을 받았고 이것이 자해, 자살로 이어졌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습니다.
검색한 정보가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초과한 거예요. 이를 ‘정보의 과부하’라고 합니다. 정보의 과부하는 우리 뇌가 많은 정보에 노출됐을 때 발생해요.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보내는 상황도 정보의 과부하가 만들어 낸 부작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택을 하지 못하거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정보 과부하는 우울증을 비롯해 개인의 행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어요.
유튜브 시청, 정보 과부하로 연결
SNS가 이 정보 과부하를 일으킵니다. 성인 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을 보면 특히 유튜브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비교했을 때 정보 과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아무래도 동영상이 정보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결론이 나온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 유튜브에 정보가 넘쳐납니다. 키워드 검색을 해서 동영상을 선택해 시청하면, 그 아래로 관련 동영상이 쭈욱 나타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작동한 거예요. 영상이 끝나면 아래 뜬 영상을 또 시청하고, 또 시청하고. 유튜브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데요, 이를 ‘유뷰트 끈적거림(YouTube stickiness)’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국 여러 개의 영상을 보고 나면 정보의 과부하가 발생해 일의 능률은 떨어져요. 정보를 확인하고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지는거죠. 괜찮은 뉴스나 영상을 하나만 찾아보는 게 오히려 더 능률적일 수 있어요(미라클레터가 그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얼마 전 성신여대 서수연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화제가 됐었어요. 잠을 자기 위해 누운 뒤 자지 않고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하는 심리적인 원인을 연구한 논문이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다음날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알면서도 밤에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행복하고 싶어서, 하루 열심히 일한 내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였어요.
우리가 SNS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삶에서 잠시나마 빗겨 나와 머리를 식히고 싶어서, 웃고 싶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끊임없이 SNS를 여는 게 아닐까요.
월요일의 미라클 레터가 자칫 우울한 방향으로 흐른 듯 해 사진을 재미있게 넣어봤는데 그래도 우울하네요. 힘을 내기 위해 미라클러님께서 보내주신 글로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6월 마지막 날 상반기 결산 레터에서 미라클러님의 지난 6개월의 다짐을 공유해달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여러 피드백 중에서 하나를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월요일 아침,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가 떠올라요. 동기나 힘을 잃었을 때, 별을 헤는 마음으로 그저 묵묵하게 To Do list를 만들어 나아가곤 했습니다. 표현하는 법은 다르겠지만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별을 헤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상반기 대학원 생활도 무사히 잘 한 것 같습니다. 미라클레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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