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도 살아남은 농가…그 뒤엔 ‘배수’ 신기술 있었다 [푸드360]

2023. 7.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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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면에서 가장 여건이 나쁜 논을 꼽으라면 이 논이 1%에 속해요. 평소 같았으면 70~80%는 피해를 봤을텐데, 올해에는 비가 이렇게 많이 왔는데도 20% 손실에서 끝났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죠."

한씨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논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폭우로 농가들이 평균적으로 30~50% 정도 피해를 당했다"며 "배수 여건 등이 안 좋은 논은 70~80% 정도 피해를 봤는데, 이 정도면 농사를 짓는 의미가 없어 재파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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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무굴착 암거배수’, 기존 논 대비 배수 효과↑
전북 김제시 죽산면에서 한은성 씨가 운영 중인 논콩 재배지 [한은성 씨 제공]

[헤럴드경제=전새날·이정아 기자] “죽산면에서 가장 여건이 나쁜 논을 꼽으라면 이 논이 1%에 속해요. 평소 같았으면 70~80%는 피해를 봤을텐데, 올해에는 비가 이렇게 많이 왔는데도 20% 손실에서 끝났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전북 김제시 죽산면에서 20년째 콩을 키우는 한은성(57) 씨는 최근 잇따른 폭우에도 재배지 피해가 적었다고 했다. 반면 비슷한 조건의 인근 콩 농가들은 이번 호우로 콩싹이 녹아내리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죽산면은 19일 호우 피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정도로 피해 상황이 심각했다. 해당 지역의 약 1600㏊(1600만㎡)에 논콩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정도다. 단순 계산하면, 축구장 2290개 크기의 면적이다. 한씨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논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폭우로 농가들이 평균적으로 30~50% 정도 피해를 당했다”며 “배수 여건 등이 안 좋은 논은 70~80% 정도 피해를 봤는데, 이 정도면 농사를 짓는 의미가 없어 재파종해야 한다”고 했다.

한씨 농장이 폭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배수 효과를 높인 신기술에 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트랙터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을 적용한 논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다.

‘트랙터 무굴착 암거배수’, 폭우서도 원활한 배수 도와
17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의 한 농경지에 콩잎이 시들어 있다. 13일부터 16일까지 전북에 최대 520㎜의 유례없는 폭우가 내리면서 일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가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7일에야 빗물이 빠졌다. [연합]

폭우가 내릴 때 농작물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수’다. 물이 제때 빠지지 않으면 농작물이 상처를 입는 등 상품성을 잃기 쉽다. 비가 그쳐도 땅이 무른 상태면 무름병이 돌 수 있어서 문제다.

‘트랙터 무굴착 암거배수’의 핵심도 ‘원활한 배수’다. 트랙터에 암거관 매설기를 장착해 주행하면서 땅속에 묻어 놓은 배수관과 충전재를 통해 배수를 돕는다. 관수도 할 수 있어 작물 재배에 최적인 지하 수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신기술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진흥청은 밭작물 논 재배 확대를 위해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굴착형과 비교해 매설 비용은 67% 절감됐고, 매설 기간은 단축됐다. 토양 교란도 최소화됐다.

2018년부터는 시범사업으로 전국에 보급됐다. 5년이 흐른 현재에는 전국 28개 지역 총 96.7㏊(9만6700㎡) 면적에 설치돼 있다.

한씨는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농진청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특별하다. 죽산면에서 2000평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는 한씨의 논 중 가장 여건이 좋지 않은 논을 기술 적용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건이 안 좋은 곳에서도 콩이 살아남으면 전국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한씨는 덧붙였다.

실증평가 결과…“토양수분·지하수위·수확량에 영향”
10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의 일반 논(왼쪽)과 무굴착 암거배수 논(오른쪽)의 침수 후 물빠짐과 생육 비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무굴착 암거배수 효과는 실증평가도 거쳤다. 지난해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하 식량원)은 김제시에서 배수불량 논 토양수분·지하수위 개선효과를 연구했다. 그 결과 대조구에 비해 무굴착 암거배수에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나 장마 등 비가 오는 날씨에 해당 기술을 사용했을 때, 토양 수분의 경우 무굴착 암거배수를 적용한 논은 29%였다. 반면 암거배수를 하지 않은 대조구 논은 45%나 됐다.

지하수위도 무굴착 암거배수가 -50㎝로, 대조구보다 지표면에서 20㎝ 더 깊었다. 지하수위는 지표면에서 멀어질수록 땅이 마르는 효과가 있다.

농산물 수확량도 늘었다. 암거배수를 통해 재배한 콩 수량은 1000㎡ 기준으로 370.6㎏이었다. 대조구(291.4㎏)에 비해 31% 더 많은 양이다.

식량원 “신기술 하반기 확대 적용할 것”
17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의 한 농경지에 콩잎이 시들어 있다. [연합]

신기술의 효과는 다시 한번 증명됐다. 식량원에 따르면 이번 장마 기간 동안 암거배수를 적용한 논은 대조구 논 대비 토양수분 함량은 40~50% 감량, 지하수위는 10% 이상 경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농진청은 추후 해당 사업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식량원 관계자는 “올해 농식품부에서 배수개선사업에 포함해 시범지구를 선정했고, 무굴착 암거배수 시행은 하반기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newday@heraldcorp.com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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