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태어난 쌍둥이 판다에 대륙이 환호하는 까닭
유튜브 통해 성장 과정 생중계된 쌍둥이 언니 푸바오, 중국에서 ‘스타’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한국에서 갓 태어난 쌍둥이 판다의 소식이 중국 대륙 전역을 달궜다. 쌍둥이는 7월7일 한국 용인의 에버랜드에서 산모 아이바오가 낳은 두 암컷이었다. 출생 당시 쌍둥이 판다의 몸무게는 언니가 180g, 동생이 140g이었다. 아이바오는 2020년 7월 큰딸인 푸바오도 낳았다. 푸바오가 갓 태어났을 때는 197g이었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사육사들은 몸무게가 적고, 쌍둥이를 동시에 돌보기 어려운 아이바오의 상황을 고려해 인공 포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인공 포육을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라는 쌍둥이의 사진이 공개되자, 중국인들은 크게 기뻐했다.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낳은 소식은 나흘 만인 7월11일 중국에 알려져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뉴스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 4시간 이상 검색어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반나절 이상 검색어 순위 10위권 이내를 맴돌았다. 그에 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온통 축하와 기쁨이었다. 왜냐하면 쌍둥이 엄마인 아이바오와 아빠인 러바오, 큰딸인 푸바오는 현재 중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판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중국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판다 가족"
이는 아이바오 일가족과 관련한 정보와 소식의 범위나 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바오 일가족은 모두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2022년 말 현재 판다의 전체 개체 수는 1864마리다. 이 중 바이두 백과사전에 개설된 판다의 정보는 10마리도 안 된다. 인간에 의해 67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고, 19개국에 68마리가 나가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게다가 바이두에서 '판다 아이바오'를 검색하면 2290만 개의 관련 소식이 떠오른다. 이번에 쌍둥이를 낳은 엄마에게 밀려났지만, 큰딸 푸바오도 검색량이 2040만 개에 달한다.
더욱이 아이바오와 러바오, 푸바오에 관한 정보와 소식은 온통 긍정적인 내용뿐이다. 2016년 사드 배치 사태 이래 중국에서 한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이렇듯 호의 일색인 사례는 처음이다. 심지어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중국 SNS와 커뮤니티 포스트, 언론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아이바오 일가족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판다 가족"으로, 푸바오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판다"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온 아이바오와 러바오 커플을 잘 돌보고, 용인에서 태어난 푸바오를 헌신적으로 키운 사육사들과 에버랜드의 정성과 노력이 그 배경이다.
현재 아이바오 일가족을 돌보는 사육사는 여러 명이다. 그중 강철원(54), 송영관(44) 사육사가 가장 유명하다. 강 사육사는 한국에서 판다를 돌본 산증인이다. 왜냐하면 강 사육사가 에버랜드의 첫 판다부터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바오 부부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첫 판다가 아니었다. 1994년 9월 한중 수교 2주년을 기념해 중국은 판다 암수 2마리를 한국에 보냈다. 바로 밍밍과 리리다. 강 사육사는 밍밍과 리리를 전담했다. 당시 한국에서 판다의 인기가 엄청났다. 관람객이 두 판다를 보려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만 했다.
그러나 밍밍과 리리는 4년 만에 중국으로 되돌아갔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삼성그룹도 경영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마다 중국에 내야 하는 한 마리당 100만 달러의 '판다보호기금회' 기부금과 적지 않은 사육 비용이 부담이 됐다. 결국 밍밍과 리리는 한국을 떠났고, 강 사육사가 이들을 배웅했다. 세월이 흘러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 자리에서 판다를 한국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판다를 기를 동물원을 어디로 정할지 논의가 분분했으나, 중국은 삼성그룹 산하 에버랜드를 꼭 집어 지정했다.
중국이 에버랜드를 지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밍밍과 리리를 중국으로 돌려보냈지만, 그 후에도 삼성은 '판다보호기금회'에 계속 기부금을 냈다. 이에 따라 삼성은 '판다보호기금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게다가 에버랜드는 판다를 돌본 경험이 있었다. 마침 강철원 사육사도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2016년 1월 강 사육사는 판다를 돌보는 교육을 받기 위해 중국 쓰촨성으로 연수를 갔다. 연수를 마친 강 사육사는 3월3일 아이바오, 러바오와 함께 귀국했다. 에버랜드는 거대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이들을 맞았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강철원·송영관 두 '아버지'의 세심한 돌봄 아래 넓은 집에서 마음껏 뛰놀며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둘 사이에 큰딸인 푸바오가 태어났다.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된 자연번식 방식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번 쌍둥이도 자연번식으로 태어났다. 이 점을 중국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중국 내 일부 동물원에서 판다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성행위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판다는 1년에 딱 한 번, 1~3일만 교미할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철저히 독립생활을 해서 번식력이 극히 약하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판다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고, 상징마크로 삼았다.
아이바오 일가족이 중국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계기는 푸바오가 태어난 이후다. 에버랜드가 유튜브 공식 채널과 '말하는동물원 뿌빠TV'에 푸바오의 출생 및 성장 과정을 계속 업로드해 왔기 때문이다. 이전에 판다의 출생과 성장 전 과정은 미국과 일본이 처음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을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에버랜드의 동영상이 중국 SNS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도 곧바로 소개되면서 푸바오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특히 푸바오가 강철원·송영관 사육사와 나누는 케미는 큰 화제가 됐다.
삼성, 막대한 CSR과 간접홍보 효과 얻어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 판다를 돌보는데, 해마다 100만 달러를 왜 중국에 내는가" "내년에 푸바오를 중국이 데려간다는데 아예 모든 판다를 보내버려라" 등의 비난도 적지 않았다. 판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가 간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약(CITES)'에 지정된 동물로 국제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임시 대여, 인공 증식 등으로만 중국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이 CITES에 따라 세계 어디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이 갖는다. 외국이 내는 기부금은 판다보호기금회에서 관리하면서 판다 생육 및 연구, 판다번식기지 운영 등에 쓰인다.
만약 경제적인 문제로 판다를 키우기가 힘들면, 외국의 동물원은 언제든 판다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에 판다는 들이는 비용보다 얻는 이익이 훨씬 큰 복덩어리다. 삼성그룹과 에버랜드가 판다에 들이는 정성과 애정은 중국에 잘 알려져 중국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간접홍보 효과로 이어져,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한국을 방문해 에버랜드에 꼭 가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여기에 엄청난 동물원 입장료 및 유튜브 조회 수에 따른 수익은 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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