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오늘 적용 시작…中 대응 주목

일본 정부가 오늘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발맞춘 조치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포위망에 공식 합류하는 것이다. 중국이 어떤 대응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날부터 신규 규제 품목을 미국이나 한국 등 우호적인 42개국·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선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막히는 셈이다.

수출통제 품목엔 반도체 회로의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기억소자를 입체적으로 쌓아 올리는 식각(에칭)장비 등이 포함된다. 10~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로직칩 제조에 필수적인 장치들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다카야마 요시아키 연구원은 이번 조치를 두고 "최소 중·단기적으로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는 절망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면적인 반도체 수출통제를 도입했다.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후 미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에 비슷한 수준의 수출통제 도입을 압박해 올해 1월 합의를 이끌어냈다. 네덜란드는 9월1일부터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수출통제로 일본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이 규제 강화를 예상해 이미 첨단장비 수출을 제한했던 데다 첨단 제품이 아니더라도 구형 반도체용 장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중국의 반발 조치다. 중국은 앞서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미국의 반도체 포위망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또 수출통제를 주도한 미국을 상대로 보복 조치도 꺼냈다. 지난 5월엔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을 핵심 정보 인프라에서 제외했고, 8월부터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도 예고했다.

일본은 질화갈륨을 사용한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갈륨 조달이 어려워지면 새로운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중국이 또 다른 보복에 나설 경우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