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하얀 금' 자원전쟁의 최격전지, 리튬 트라이앵글을 아십니까?

손승욱 기자 2023. 7.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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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중남미, 미중 패권 전쟁의 최전선이 되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 하늘을 올곧이 받아내는 거울 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호수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의 '자원 쟁탈전'이 치열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 호수의 하얀 풍경 속에 '하얀 금'이라고 불리는 리튬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신냉전이 낳은 '중남미의 리튬 패권 전쟁' 이야기는 우유니 호수 주변 '리튬 트라이앵글'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리튬 트라이앵글'..리튬 패권 전쟁의 최전선

우유니 호수 주변, 정확히는 아래 지도의 붉은 점선 안쪽을 '리튬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릅니다.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땅입니다.

이곳이 주목 받는 건, 남미 리튬 매장량 대부분이 이 일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 아르헨티나의 옴부레 무에르토 호수, 칠레의 아타카마 호수 일대입니다.


그런데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매장량만 놓고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리튬 매장량 1, 2, 3위가 이 세 나라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리튬의 추정 매장량 전 세계 1위는 볼리비아(2100만 톤), 이어 아르헨티나가 2위(1930만 톤), 칠레가 3위(960만 톤)입니다. (다만 생산량은 호주가 세계 1위, 칠레가 세계 2위입니다)

인근의 페루까지 합하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가 이 근방에 모여있습니다.

이렇게 매장량이 막대하다 보니 2차 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이 꼭 필요한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의 패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특히 리튬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자원입니다. 최근 나온 JP모건의 최신 에너지 관련 보고서를 보면 "친환경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알루미늄, 인 같은 자원들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질 것인데, 리튬의 경우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수요가 22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리튬 세계 최대 매장지인 '리튬 트라이앵글'이 미중 패권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는 겁니다. 영국 BBC는 미중 자원 전쟁에 대한 특집 기사를 통해 '남미는 광물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이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매장되어 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금속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강대국들이 (친환경으로의) 에너지 전환 Energy Transition에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중남미 지역이 최전선'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은 이렇게 중요한 리튬 확보 전쟁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요?

중국 "투자 늘린다" vs 미국 "LA에서 만나요"

"리튬 부자 중남미가 중국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가장 잘 보여준 건 2년 전 남아메리카를 관장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사령관 로라 리처드슨 대장의 하원 군사위원회 발언이었습니다.

리처드슨 대장은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경제·외교·기술·정보·군사 영향력을 계속 확대 중"이라면서 "자원이 풍부한 점을 악용해 투자를 핑계로 접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착취에 가깝게 행동하는 악의적 활동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리처드슨 대장은 리튬 트라이앵글에 대해서도 강조했는데, "중국의 리튬 확보 노력은 아주 영리하고 공격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남미에 접근해 왔습니다. 무역량도 크게 늘었고, 투자액도 미국을 다 따라잡았습니다. 미국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곳, 그래서 가끔은 '미국 안마당'이라고 불리던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제법 커졌습니다.

경제자유살롱 미드나잇초대석에 출연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성우 연구위원은 일단 중국이 미국을 넘어 중남미의 1위 무역상대국이 됐다는 점부터 강조했습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중남미가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30배 이상 뛰었고, 중국이 중남미로 수출한 금액도 20배 이상 뛰었습니다. 개별적인 중남미 국가를 살펴봤을 때도 중남미 국가의 주요 수출 상대국의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1위였는데, 이제 중국이 제1의 무역 상대국이 된 겁니다. 미국 옆에 있는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많은 나라들이 그렇습니다" ▶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MwLJaz0Hv34&list=PLUHG6IBxDr3hPN2u4m6ehd3MDbo-6-mnq&t=45s ]

투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투자 금액이 비슷하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중국은 중남미 투자 금액을 늘려온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거나 조금 줄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미 자원을 향한 두 나라의 경쟁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쪽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전략광물'이란 이름의 주요 광물 24개를 지정한 뒤 조금 더 치밀하고 구체적인 외교전을 벌여왔습니다. 리튬, 희토류,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구리, 철 같은 금속과 천연가스, 석유 같은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당연히 '자원부자 남미'는 중국 외교의 중요한 공략 대상이 됐습니다.

BBC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같은 '리튬 트라이앵글'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강화됐는데, 특히 자금 넉넉한 중국 기업들이 돈을 투자하는 형식의 진출이 도드라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세계 1위 회사인 중국 CATL과 몇몇 회사들이 함께 볼리비아의 리튬 프로젝트에 1조 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아르헨티나 전기차 공장, 칠레 리튬산업 단지 등에도 중국의 투자 약속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아래 표처럼 최근 몇 년간 보도된 중국의 대규모 투자만 보면 '중국의 중남미 공략'이 자원과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홍성우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맞서) 중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플랜도 있고, 일대일로의 확대라는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중국의 투자를 들여다보면 채굴 같은 광업 분야, 인프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대응 전략을 쓰고 있을까요?

미국의 중남미 정책 방향은 지난해 미국 LA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남미에서의 '리더십 회복'을 공언한 바이든 정부가 무려 28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한 회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만 해도 이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적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망 강화, 투자 증진, 친환경 에너지 등에 관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손승욱 기자 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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