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향방 확신하기 어려운 지금은 청약이 유리”

이한경 기자 2023. 7.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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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소장 “무주택자는 입지 좋고 저렴한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뉴홈’ 도전할 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지금 부동산시장은 집주인(매도자)도 매수자도 집값이 더 오를지, 더 내릴지 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매수자에게는 청약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죠. 우선 당첨됐을 때 당장 들어가야 하는 돈(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이 적고, 앞으로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가를 현 상태로 고정할 수 있으니까요."

올해 들어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이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는 일반공급 기준으로 242.3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 최고 경쟁률이다. 지난해 말 분양한 대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이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건축비 인상과 인건비 폭등 등 영향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는 가운데도 청약 경쟁률이 오르는 원인을 현 부동산시장에서 찾았다. 김 소장은 부동산R114 VIP상담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자문 등으로 활동 중인 부동산 전문가다. 최근에는 저서 '앞으로 3년, 무조건 올라가는 곳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부동산시장 읽는 눈을 키우고 바닥 시그널과 시장 순환을 이해하면서 향후 가격이 오를 아파트 고르는 법을 소개했다. 김 소장에게 현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단과 함께 청약 성공 전략 등을 물었다.

‘서울 아파트 6개월 거래량 증가'의 의미

지금 부동산시장에서는 '청약'이 최대 관심사다. 미분양·미계약이 속출했던 지난해와 달리 완판 행렬이 이어진다. 전문가들도 기존 주택 매수보다 청약을 추천하는데.

"청약 열풍을 이해하려면 그에 앞서 현 부동산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들을 보면 '6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 같은, 부동산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듯한 인상을 주는 기사가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각종 통계를 보면 서울, 경기, 인천,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아직 상승 전환하지 않았다. 또 상승 지역도 숫자가 아닌 추세를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12월 600~800건 남짓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1월 1400건으로 오르더니 2월 2400건, 3월 2900건, 4월 3100건, 5월 3400건, 6월 3600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거래량을 보고 '6개월 연속 증가'라고 한다면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 본격 상승장이라면 거래량이 쭉쭉 치고 올라가야지, 이렇게 둔화되면서 박스권에 갇히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아직은 부동산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는 올해 초 저점을 찍고 상당 부분 반등한 모습을 보이는데.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전세가는 매매가를 밀어 올리거나 매매가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해왔는데, 서울 강남의 경우 전용면적 84㎡ 기준 18억 원까지 가던 전세가가 11억~13억 원까지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5억~7억 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대출이라도 받아 돌려주려 해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때문에 안 되니 결국 일부 집주인이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서 집값은 하락한 원인이다.

나는 이것을 '1차 하락'이라고 보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인천 송도나 경기 동탄은 40%, 수도권은 30%, 서울은 20% 정도 하락했다. 보통 고점 대비 가격이 30%가량 빠지면 어느 정도 바닥 가까이 온 것도 맞다. 그럼에도 본격 상승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하락 기간이 너무 짧고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4월 이후 시장은 10억 원까지 올랐던 집이 7억 원까지 내려가자 매수세가 붙어 8억~8억5000만 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그러자 이번에는 매수자들이 '지금 사도 되나'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것이 매수자들의 관심을 청약으로 돌린 이유가 됐다."

지금의 청약 열기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앞으로 집값이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매수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일반 매매시장은 금리 때문에 대출 부담이 있고 역전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청약밖에 없다. 청약은 당첨되면 당장은 계약금의 10%만 있으면 된다. 또 3년 후 입주할 집값을 지금 고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지금 분양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한 번 오른 분양가는 미분양이 날 때를 빼곤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해제되면서 분양 아파트도 기존 아파트 수준으로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새집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장만할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한 번 오른 분양가 떨어질 가능성 거의 없어

‘3기 신도시는 기회'라고 말하는데.

"낮은 가격에 새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대한민국 현실을 감안하면 4기 신도시는 개발될 가능성이 없다. 사실 나는 여러 이유로 3기 신도시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고양창릉, 부천대장, 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보다 위치가 좋다. 더욱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연계 개발돼 서울 접근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가격 경쟁력도 있다. 6월 뉴홈 형태로 사전청약을 받은 남양주왕숙 전용면적 59㎡의 경우 추정분양가가 3억3000만 원이다. 실제 입주하는 2030년쯤에는 있을 수 없는 가격이다. 물론 추정분양가라 변경될 수 있지만,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분양가 상승 압력이 있다 해도 쉽게 올리기는 어려우리라 본다. 지금 진행되는 것은 사전청약이니 본 청약이 이뤄지는 2027년까지 계약금(3300만 원)만 준비하면 되고, 2030년 입주 때 1억5000만 원가량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억5000만~1억6000만 원만 모으면 되는 상황이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공공분양 사전청약 '뉴홈'에도 도전하라고 권한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공공분양 브랜드명이 '뉴홈'으로, 뉴홈은 3기 신도시 청약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위치도 좋다. 원래는 주변 시세의 80% 가격에 공급하는 일반형만 있었지만 최근 나눔형, 선택형이 추가됐다(표 참조). 나눔형은 가격을 더 낮춰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고 5년 거주 의무기간 이후 공공에 환매 시 손익의 70%만 분양자 몫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이 방식이 좋다고 본다.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 유리해서다. 또 선택형은 저렴한 임차료로 먼저 6년간 거주하고, 임차 종료 후 분양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이라 선택의 폭이 넓다. 6월 1차 사전청약 때는 서울 동작구 수방사가 너무 큰 관심을 모으면서 경쟁률이 600 대 1을 넘었는데, 진짜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실성 있는 지역을 골라 꾸준히 도전할 것을 권한다. 9월과 12월 사전청약 물량도 매우 좋다. 특히 서울(마곡, 대방동 군부지, 한강이남)과 3기 신도시(남양주왕숙, 인천계양, 하남교산, 고양창릉, 부천대장)는 무조건 도전하면 좋겠다."

GTX 수혜지·1기 신도시 재건축 주목할 만

청약은 인기 평형에 넣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비인기 평형에 넣는 것이 맞을까.

"청약 당첨이 목적이라면 전략적으로 가야 한다. 동작구 수방사처럼 전용면적과 타입이 하나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라면 인기 있는 전용면적 59㎡, 84㎡, 판상형 등은 피해야 한다. 물론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서 좋은 게 눈에 들어오겠지만 3기 신도시나 뉴홈은 당첨이 우선이다. 나중에 몇천만 원 정도 가격 차이는 있겠으나 3기 신도시와 뉴홈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가치가 있다."

향후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을까.

"우리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는 알 수 있지 않나. 나는 '2차 하락'이 오리라고 본다. 부동산시장은 심리가 좌우하는데, 지금 상황은 2008~2009년과 굉장히 비슷하다. 당시 부동산시장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집값이 폭등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가해도 계속 오르던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상승을 멈추고 1차 하락이 일어났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집값 잡는 변수로 활용했는데, 2년 정도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자 시장에 내성이 생겨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았고 2011년 DTI 한시적 완화가 끝나자 그 상황에 지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은 7년 오르고 3년 하락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고 가격이 정상화되려면 집주인들도 한 번 져줘야 한다. 이번에는 '금리'가 변수가 될 것 같고 한 번의 하락은 더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하락이 '폭락'은 아니다. 일부 사람은 집값이 2015년 상승 전 가격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는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그런 상황은 오기 어렵다.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10년이 지나도 10억 원이라면 명목가치는 동일하겠지만 실질가치는 7억40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10년 전 10억 원 아파트가 지금은 13억 원이 되는 게 정상이다."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재상승할 때 어떤 아파트가 오를까.

"집값 결정에 반영되는 4가지 가치 가운데 시장가치, 현재가치는 이미 현 가격에 반영돼 있으니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미래가치와 내재가치다. GTX와 재건축·재개발이 그 예라 하겠다. GTX 수혜 지역의 경우 이미 기대가 선반영돼 많이 올랐는데, 그럼에도 일부 외곽지역에는 많이 떨어진 곳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 목동, 상계동,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 일대, 여의도 재건축 단지와 이제부터 시작인 경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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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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