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사실상 살인과 동일 형량, 무고죄도 처벌 높여야?
[편집자주]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드러내기 위해 남민준 변호사(남변)와 양진석 변호사(양변)가 특정 관점의 화자를 맡았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의 형식 때문에 남변과 양변이 역할을 나누어 얘기할 뿐 화자가 역할과 같은 관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무고죄에 대한 처벌을 수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무고는 한 인간을 철저히 파괴할 수 있습니다. 미투 시대를 거치면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상당히 무거워진 만큼 거짓으로써 타인을 처벌의 위험에 노출시킨 사람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무고죄 처벌을 강화할 경우 성범죄 신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남변: 미투로 문화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입던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연스런 사회현상이라 생각한다. 다만 드물지만 그 속에 가짜 미투가 있기도 하고 이전의 억울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필요 이상의 무거운 처벌이 있기도 했다.
양변: 공감한다. 미투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의 자연스럽고 필요했던 현상이다. 무고의 문제나 행위와 처벌 받는 형의 불균형에 관해서는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남변: 무고죄의 처벌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형법을 기준으로 보면 3년 이상의 징역(강간죄)이나 10년 이하의 징역(강제추행)의 처벌이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런 죄가 상해의 결과와 결합하게 되면 5년 이상의 형에 처해지는데 살인죄가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거운 형벌이다.
남변: 동감하는 부분이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범죄라면 부수적으로 일정 거리 내의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집에 얼굴, 주소 등의 신상정보가 상세하게 나오는 고지명령이나 취업제한 등의 처분이 따른다.
그럴 만한 잘못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드물지만 일부 피해자 대리인은 가해자의 행위를 굳이 성범죄와 연관지으려 하거나 '트라우마(정신적 충격)'이라는 중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에게 2주 정도 정신과에 입원토록 하고 그렇게 받은 진단서를 이용해 공소장변경을 요구해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5년 이상 징역인 강간(강제추행)치상으로 둔갑시키려 한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중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합의하려 하는데 저런 방식으로 합의금이 올라 간다.
억울한 부분 때문에 다툴 부분이 있는 행위자나 무고를 당한 사람은 중형으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돈을 주고서라도 형사처벌의 위험성에서 벗어 나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이 중형으로 처벌되는 거야 무슨 반론이 있겠냐만 현실에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적어도 무고죄만큼은 무고 당한 사람이 노출되었던 무거운 처벌의 위험을 고려해 같은 위험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요즘엔 피해자 진술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느낌인데 이렇게 되면 피의자나 피고인이 '내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무고라는 점이 밝혀졌다면 무고한 사람은 상대방이 직면했던 위험과 같은 정도의 위험을 부담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변: 몇 해 전 남성을 성범죄로 고소했다가 남성이 무죄가 되면서 무고죄로 기소된 여성을 변호한 적이 있다. 고소한 여성 역시 무죄가 선고되었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고 증인의 목격 가능성도 낮을 수 밖에 없어 피해자의 진술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진술이 전후 모순되지 않고 일관되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있다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피해자의 구제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조화롭게 구현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무고죄의 형을 가중하는 방법이 그 방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르다'는 의미가 때로 '틀리다'는 의미와 혼용되거나 오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두 변호사가 서로 다른 법률적 관점에서 나누는 얘기들을 글로 풀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도 각각의 의견에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합니다.
남민준 변호사 양진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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