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와중에 폴란드·러시아 '역사 전쟁' 또 불거져
`은혜도 모른다` 지적에 발끈한 폴란드
"스탈린은 전범… 거짓으로 역사 왜곡"
“스탈린이 건넨 선물을 고맙게 여겨라.”(러시아)
발단은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한 정례 국가안보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틴은 폴란드가 인접국 벨라루스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우방을 자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제공한 것은 물론 엄청난 숫자의 전쟁 피난민들도 자국에 수용하는 중이다. 반면 벨라루스는 오랜 맹방인 러시아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자국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빌려주기도 했다.
‘벨라루스를 건들지 말라’는 경고와 더불어 푸틴은 폴란드를 ‘배은망덕한 국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폴란드)은 자신들의 서부 영토가 스탈린의 선물임을 잊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가 서쪽에서 독일군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1939년 9월17일 이번에는 동쪽에서 소련군이 쳐들어왔다. 얼마 뒤 폴란드는 패망했고 그 국토는 사전에 약속한 대로 독일과 소련이 나눠가졌다.
이처럼 2차대전 초반 소련은 사실상 나치 독일의 동맹이자 명백한 ‘가해자’였다. 그런데 이후 스탈린과 사이가 틀어진 히틀러가 1941년 6월 독일군의 소련 침공을 명령하며 소련은 갑자기 ‘피해자’로 둔갑했다. 미국, 영국과 3대 연합국을 형성하고 나치 독일을 단죄하는 역할을 떠맡은 것이다.
요즘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2차대전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련이 연합군의 일원이 되기 전 나치 독일과 비밀조약을 체결하고 폴란드를 분할하는 등 온갖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미래 세대한테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스탈린은 유럽의 해방자가 아니고 히틀러와 동급의 전범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한다. 소련이 그토록 큰 희생을 치러가며 나치 독일과 싸우지 않았다면 유럽 국가들은 나치 압제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란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 스탈린은 2차대전을 연합국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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