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퓨전] 핵융합 각축장 동북아…한국 이어 중국·일본도 가속도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핵융합 발전장치 개발 경쟁이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에서 '점입가경'이다. 세계 최초로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토카막 핵융합장치를 개발한 한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도 자국형 핵융합실험로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생성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폭발 위험이 없어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기대받는다. 리튬과 바닷물에서 자원을 얻어 상용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경제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10~14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핵융합공학심포지엄2023(SOFE2023)'에선 핵융합에너지 개발 경쟁에 뛰어든 중국과 일본의 야심찬 계획이 공개됐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함께 현재 최대 규모의 핵융합실증로를 건설하는 국제공동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참여국이다.
심포지엄에서 중국 연구자들은 자국형 핵융합실험로인 중국핵융합실험로(CFETR)의 개발을 위한 핵융합기술종합연구시설(CRAFT)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발표에 나선 윤타오 송 중국과학원 플라즈마물리연구소(ASIPP) 소장은 “중국은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핵융합 발전장치의 전체적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핵융합발전 장치의 리더 국가보다 더 도전적이며 정부 또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 교수에 따르면 CRAFT는 최근 이 시설에 설치할 장비인 증식 블랑켓 개발 막바지 작업에 접어들었다. 증식 블랑켓은 핵융합발전장치에 삼중수소를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고온의 핵융합로 내부에서 높은 내구성을 가진 증식 블랑켓을 개발하는 것은 핵융합로 개발의 주요 난제 중 하나다.
송 교수는 “CRAFT의 엔지니어링 설계과정은 6~10개월 정도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작업을 마친 뒤 내년쯤 시범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은 한 국내 연구자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라고 평했다.
CRAFT를 통해 핵융합실험로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한 중국은 2030년대 CFETR의 운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핵융합유도토카막실험장치(EAST)가 고온 폴라즈마 상태를 403초간 유지하면서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온도인 1억도보다 낮은 약 6000도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이었지만 장시간 운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도 핵융합발전장치 개발을 위한 계획을 선보였다. 지난해 플라즈마 생성실험에 실패한 일본은 자국형 핵융합실증로인 ‘일본핵융합실증로(JA-DEMO)’ 개발 계획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심포지엄에서 발표에 나선 사카모토 요시테루 일본국립양자과학기술원(QST)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핵융합 실험장치 개발계획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2020년대는 핵융합 실험장치인 JT-60SA를 사용해 플라즈마 생성 실험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JA-DEMO의 플라즈마 생성실험에 나선다. 사카모토 연구원은 “2025년은 당초 ITER의 플라즈마 생성실험이 계획된 시기로 ITER와 JA-DEMO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모두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JA-DEMO의 운영 시기 역시 ITER의 핵융합에너지 대량생산 실험이 예정된 2035년 이후로 맞췄다.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중수소와 삼중수소(DT) 결과와 ITER의 개발에 사용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카모토 교수는 “2030년대 정도면 JA-DEMO의 운영이 시작되고 2050년 쯤에는 상업적 활용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일본이 안전한 방식의 개발 전략을 취했다고 평가한다. 개발 계획과 관련해선 ITER의 플라즈마 생성실험이 부품 수리문제로 2030년으로 미뤄지는 것이 잠정 결정된 상황에서 JA-DEMO의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편집자주] 에너지는 경제성장, 국가안보와 직결됩니다.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은 일부 국가가 선점하고 있는 데다 탄소중립이라는 전지구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는 꿈의 청정 에너지원입니다. 기술을 주도하는 국가가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들이 최근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핵융합에너지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도 2050년 핵융합에너지 실증 비전을 최근에 제시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핵융합에너지 기술 확보를 둘러싼 전세계의 움직임을 짚어보고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레디! 퓨전'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옥스퍼드=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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