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 전사 해병과 그 부모들…"초인적 품격의 전범" [취재파일]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이 어제(22일) 대전 현충원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효성 지극하고 책임감 강한 외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자니 부모의 간장은 끊어집니다. 채 해병 부모의 아픔은 지구상 어떤 언어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채수근 해병의 부모는 의연했습니다. 누구든 붙잡고 원망을 쏟아낼 만하고 또 그래도 되는데 '해병대 사랑하는 아들 수근이'를 초연하게 영결(永訣)했습니다. "안전한 임무 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는 채수근 해병 부모의 조사(弔辭)에서 초인적 풍모가 엿보였습니다.
"울지 마라, 너희들은 잘 싸웠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갓 이병이었던 문광욱 해병이 전사했습니다. 이듬해 여름 문 해병의 아버지가 수박을 잔뜩 싸 들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았습니다. 무심하게 떠난 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함께 땀 흘렸던 아들의 전우라도 어루만지고 싶었었나 봅니다.
맨발로 뛰쳐나온 문 해병의 전우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버지 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문 해병의 아버지는 그들의 어깨를 도닥이면서 한편으로 꾸짖었습니다. "울지 마라", "해병대가 약해지면 안 된다", "너희들은 잘 싸웠다", "광욱이 대신 군 생활 더 열심히 하고, 연평도 잘 지켜라"… 문 해병의 전우들은 이 악물고 각성했습니다.
채수근 추모비 건립과 채수근 해병상 제정을 제안하며
반치문 해병의 부모가 해병대에 원한 바는 숭고했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아들을 영원히 기억해달라는 것입니다. 해병대는 반치문 해병의 추모비를 세우고, 반치문 해병상을 제정해 호응했습니다.
문광욱 해병과 함께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해병, 그리고 마린온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고 김정일, 고 노동환, 고 김진화, 고 김세영, 고 박재우 해병. 그들의 부모도 매한가지였습니다. 아들들 못지않게 해병대를 아꼈습니다.
해병대는 채수근 해병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채 해병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는 명령에 충실했습니다. 채 해병이 얼마나 성심성의껏 임무를 수행했을지 부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해병대가 채수근 해병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재난·재해 현장이면 어디든 군은 또 달려가야 하니 채수근 해병의 부모가 당부했듯 해병대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단단히 세워야 합니다.
해병대는 채수근 해병을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병대 예비역 장군은 "해병대가 존재하는 한 산화한 전우를 기억하는 것이 해병대의 정신이다", "언제까지나 채수근 해병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해병대에 제안합니다. 국민의 안전에 헌신한 해병을 격려하는 채수근 해병상의 제정과 채 해병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의 건립을 깊이 검토해주기 바랍니다. 삼가 채수근 해병의 명복을 빌고, 부디 부모와 친지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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